부인에 마스크 당부, 택시 탑승…메르스 확진자, 알고 있었나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8.09.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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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 메르스 관련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지난 8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 메르스 관련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자 A씨(61)가 입국 전 부인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감염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은 지난 9일 오후 시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관련 대책회의에서 "제가 조사하면서 들었던 부분 추가로 말하면 환자분은 '호흡기 질환이나 발열이 없었다'고 하셨는데 (사실 A씨는) 아내 분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또 공항에서 나갈 때 의도적으로 다른 차량을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되며 A씨가 스스로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사관은 "아내 분이 자가용으로 오셨는데 막상 병원으로 이동할 때는 아내 분하고 따로 리무진택시를 타고 이동하셨다"고 설명했다.

A씨가 2015년 사태 이후 메르스 문제에 예민한 삼성서울병원에 있는 의사 지인과 연락을 취했다는 점 역시 주목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환자의 지인이 삼성서울병원에 의사로 있었고 귀국하기 전에도 쿠웨이트에서 (국제)전화로 말씀을 나눴다"고 밝혔다.



박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귀국 10일 전부터 설사를 하는 등 소화기 계통에 이상을 느꼈다. 이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에 있는 지인에게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취지로 상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사는 A씨가 쿠웨이트에 있다는 점을 감안, 메르스의 주요 증상인 기침과 발열·인후통이 있는지 A씨에게 몇 차례 물었다. A씨는 의사에게 설사 증상만 얘기했고 이 때문에 이 의사는 당시 장염을 의심했다고 질병관리본부에 알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감염 가능성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검역당국에 이를 알리지 않고 통과해 조기 차단 기회를 놓쳤다는 것. 10일 청와대 국민청원방에는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도 9일 서울시 메르스 관련 대책회의에서 "왜 이분이 검역대를 통과할 때는 체온이 평상적이었느냐 그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 그러려면 쿠웨이트 병원에서 어떤 처방을 받았고 어떤 약을 조제 받았고 비행기에서 어떻게 복용했는지 이런 게 밝혀져야 한다"며 A씨에 대한 면밀한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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