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계좌' 깨워라...은행, 가상통화 실명전환 압박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8.09.10 04:10
글자크기

은행들, 거래사이트에 전환 유도 요구…신규 실명확인 계좌 발급 중단·원화 입출금 일부 제한 가능

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은행들이 가상통화 실명확인서비스를 거부하고 있는 소위 '노숙계좌' 퇴출에 나섰다. 실명확인계좌로 전환하지 않는 투자자들은 이르면 11월부터 원화 출금 제한 조치가 가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가상통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들에 실명확인 계좌로 전환하지 않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전환을 유도할 것을 요구했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는 가상통화 투자자의 입출금 계좌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의 전용계좌를 같은 은행으로 일치시키는 조치다. 정부가 지난 1월말 가상통화 거래 과열을 진정시키고 불투명한 자금의 시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했다.

현재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소위 '빅4'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만이 신한, 농협, 기업은행과 계약을 맺고 제공하고 있다. 실명확인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투자자는 출금만 가능하고 입금은 불가능하다.



실명확인서비스가 시작된지 반년도 넘었지만 거래사이트별 실명확인 계좌 전환율은 40~50%에 불과하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실명확인계좌로 전환하지 않은채 기존에 입금한 자금만으로 투자하며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이런 계좌를 '노숙계좌'로 부르고 있다.

은행들은 특정 시점까지 실명확인 계좌로 전환하지 않으면 서비스 제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특정 시점 후에는 신규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하지 않거나 원화 입출금 일부 제한 등이 검토되고 있다.

거래사이트별로 가입자 규모, 실명확인 계좌 전환율 등이 달라 조치 시점은 각기 다를 전망이지만 빗썸이 10월15일까지 전환 독려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힌 만큼 빠르면 11월부터 제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의 이같은 방침은 가상통화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무엇보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서다. 금융당국도 실명확인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자금세탁 위험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명확인 계좌를 이용하지 않으면 자금세탁 위험이 높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지만 신규 실명확인 계좌 발급 중단, 원화 입출금 부분 제한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이같은 방침에 거래사이트는 비상이 걸렸다. 실명확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 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빗썸은 지난 6월부터 실명확인 가상계좌로 전환하지 않으면 일일 원화 출금 한도를 10% 하향 조정했고 추가적인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달 총 1억원 규모로 실명확인 계좌 전환 이벤트를 진행했고 코인원도 실명확인 계좌 가입자를 대상으로 거래수수료 페이백 이벤트를 실시했다.

거래사이트 관계자는 "실명확인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실명확인 계좌 전환 노력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