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상장 코넥스 기업, 냉정한 지정자문인 갈아타기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8.09.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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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코넥스기업 지정자문인 변경 22건으로 급증…상장 앞두고 중소형사→대형사 사례 많아

이전상장 코넥스 기업, 냉정한 지정자문인 갈아타기


올 들어 코넥스 기업이 지정자문인을 변경하는 사례가 예년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 이전상장을 앞둔 코넥스 기업들이 상장할 때 유리한 증권사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코넥스 기업 22곳이 기존 지정자문인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롭게 지정자문인 선임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하반기에만 8곳이 지정자문인을 바꿨다. 지정자문인 변경이 2016년 12곳, 2017년 10곳에 불과했다는 걸 감안하면 올들어 지정자문인 변경이 급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코넥스 상장기업은 지정자문인 제도를 통해 증권사로부터 공시의무 수행과 사업보고서 제출 등의 업무를 도움을 받는다. 지정자문인이 된 증권사는 거래량이 적은 코넥스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유동성공급자(LP)로서 의무적으로 호가를 제시하고 매매하는 역할도 한다.

증권사가 자문수수료로 받는 돈은 연간 5000만원 내외다. 큰 수익이 나진 않지만 이전 상장 주관을 맡을 가능성도 있어 일부 증권사는 지정자문인을 맡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모규모 200억원 미만 중소형주의 경우 상장수수료는 5억~10억원 정도다. 실제 IBK증권, 키움증권, KB증권 등이 코넥스 지정자문을 맡는 숫자가 많았다.



그런데 키움증권은 올들어 6곳과의 지정자문인 계약이 해지됐다. 이밖에 IBK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도 지정자문인 계약해지 건수가 2건 이상이다.

이들이 뺏긴 지정자문은 대부분 대형증권사 몫이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올들어 6곳과 지정자문인 계약을 맺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코넥스 최대어인 툴젠이 지정자문인을 하나금융에서 한국투자증권으로 바꿨다. 한국투자증권은 툴젠의 상장 주관사다.

이밖에 KB증권(3건) NH투자증권(2건) 등이 새로 지정자문인으로 선택됐다. 지정자문인을 변경한 곳 중 디지캡, 수젠텍, 메디젠휴먼케어, 드림티, 에스엘에스바이오 등 대부분이 이전상장을 했거나 노리는 곳들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넥스 상장 초기에는 중소형증권사가 지정자문인을 맡는 경우가 많지만 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경우 상장 능력이 우수한 대형증권사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증권사는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기업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감안해 지정자문인을 맡는다"면서도 "오랫동안 자문을 맡아온 증권사로선 서운할 수밖에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코넥스 상장 초기에 지정자문인을 맡으려는 증권사가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넥스 상장 초기 기업에 도움을 주면서 관리를 해준 기업이 상장을 앞두고 지정자문인에서 교체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안나는 사업부분에 힘을 쓰지 않게 될 것"이라며 "코넥스 기업와 오래 호흡을 맞춰온 증권사가 상장까지 함께 가는 문화가 정착돼야 지정자문인 제도도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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