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 위력과 권력, 폭력의 이중성

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부국장 겸 산업1부장 2018.09.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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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위력과 권력, 폭력의 이중성


위력(威力).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무형의 힘을 말한다. ‘안희정 스캔들’로 유명세를 탔다. ‘담배’라고 문자를 보내면 여성 수행비서가 호텔방까지 가져오는 힘을 지녔다. 물론 담배를 문 앞에 두고 문자메시지만 보냈어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꼭 ‘도지사급 거물’이 아니어도 사회생활하면서 적어도 1명 이상의 후배나 부하직원이 있다면 위력은 곧바로 발휘된다. 내게도 위력이 있다. 부서 후배들을 데리고 자주 간 식당과 술집이 있는데 어느날 보니 내가 빠졌을 때 그들은 그 집에 잘 가지 않는다. 평양냉면을 “걸레 빤 맹물에 넣은 면”같다고 (자기들끼리) 혹평했다던 후배가 나랑 같이 간 평양냉면집에서는 꾸역꾸역 면을 삼킨다. 추측하건대 위력은 직급이 높을수록 더 거세진다. 하지만 태풍으로 치면 소형이다. 무척이나 권위적이거나 관료적이진 않다. 가끔은 혹시 모를 불이익을 감수하고 요령을 피워 피해가거나 거부할 수 있는 정도의 헥토파스칼이다.
 
권력(權力). 사전적 의미는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강제력을 말한다. 주로 5년 주기로 정권이 바뀔 때를 전후해 가장 많이 등장한다. ‘최순실 스캔들’에서는 ‘대리권력’ ‘사칭권력’ 등의 별칭까지 얻으며 유명세를 탔다. 몰락하는 정권은 권력의 무상함을, 이를 갖는 새 정권은 권력의 대단한 파워를 새삼 실감한다. 재벌 회장들이 대통령과 독대를 마치고 듣도 보도 못한 민간인 아줌마의 눈치를 보며 수십, 수백억 원을 토해내도록 하는 힘을 지녔다. 꼭 ‘대통령’이라는 절대권력이 아니어도 민간에서도 ‘완장’을 차거나 누군가에게 힘을 발휘하려고 한다면 곧바로 권력이 된다. 그냥 평양냉면을 싫어하는지 모르고 데리고 갔다가 나중에 알았다면 ‘위력’이지만 알면서도 은근히 같이 가자고 하거나 앞으로 좋아하도록 노력하라고 하면 ‘권력’이다.
 
폭력(暴力). 사전적 의미는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 쓰는, 주먹이나 발 또는 몽둥이 따위의 수단이나 힘을 말한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재벌 오너들의 갑질과 함께 지면과 방송, 인터넷을 장식하며 범위를 넓힌다. 발길질, 집어던지기, 쌍욕 폭행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위력과 권력이 결합해 나타나는 부작용 중에서 가장 나쁜 사례다. 위력이 갖는 은근함, 권력이 갖는 권위 따위는 온데간데없다. 꼭 ‘재벌급’이 아니어도, 사회생활에서도 가끔 술자리 등에서 불상사가 생기곤 한다. 폭력은 스스로 만들어내거나, 누가 만들어주는 식의 이성적 판단이나 이해득실 저울질도 없다. 그냥 내가 받은 열을 조절하지 못하는 일종의 병이다. 큰 폭력은 작은 폭력을 제압하고, 작은 폭력은 더 약한 폭력을 찾아간다. 평양냉면이 싫다는데 억지로 머리채를 끌고 가면 ‘폭력’이다.
 
위력은 잘 보이지 않고, 권력은 위험하며, 폭력은 그냥 미친 짓이다. 누구에게나 위력과 권력, 폭력은 존재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생각이 다르면 비난하고 몰매를 가하는, 같은 사건과 정책을 놓고서도 둘로 패가 갈리는, 작금엔 그 속성이 더 무섭다. 각자의 생각, 이념에 따라 너무나 이중적인 힘이 된다. 여기저기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헷갈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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