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미·중무역전쟁의 소수 의견

머니투데이 정유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2018.09.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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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의 China Story]미·중무역전쟁의 소수 의견


미중 무역전쟁이 갈수록 꼬이는 모양새다. 관세폭탄과 보복조치 발표 이후 어렵게 만난 8월22~23일 협상테이블에서 타협은커녕 협상 도중 양쪽이 추가 폭탄(미국의 160억달러 상당의 추가관세와 중국의 보복조치)을 투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타협에 대한 기대감보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양상이다.

왜 타협이 잘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무역전쟁의 근본 원인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축소가 아니라 미중간 기술패권 다툼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제조2025’로 기술패권을 넘보는 중국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중국도 기술우위 없인 국가목표인 G1도 없단 생각이어서 기본적으로 타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사 기질과 2기 정부를 시작하면서 ‘시황제’로 격이 높아진 시진핑 주석의 위상도 서로 양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전황은 어떤가. 싸움이 초기단계긴 하지만 시장에선 일단 미국이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보는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의 실탄이 중국의 4배나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2017년 기준 5050억달러로 중국의 대미수입액 1300억달러의 4배다. 그만큼 미국이 추가관세를 퍼부을 수 있는 실탄이 많단 얘기다. 또한 미국은 현재 경기가 호황이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 언제든 달러강세로 해외자금을 빨아들일 수 있다. 반면 중국은 경기둔화기여서 미국처럼 금리를 올리기 어렵고 따라서 위안화 약세와 자본유출이 잔뜩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이미 주식과 외환시장에선 이를 빠르게 반영하는 모습이다. 3월22일 통상법 301조에 기초한 대중 제재조치가 발표된 후 지금까지 상하이종합지수는 20%가량 하락했고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도 9%나 급락했다. 시장에선 중국 당국의 강력한 해외송금 규제가 없었다면 위안화 하락폭이 더 컸을 거란 의견까지 나온다. 미국은 정반대다. 금리인상으로 달러는 위안화 등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고 4%를 뛰어넘는 고성장까지 가세해 주가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한다.

하긴 중국은 올 상반기에만 대형 12개사의 회사채가 디폴트됐을 정도로 기업의 부채 부담이 커서 수출통로도 막히면 기업의 도산 압력이 그만큼 커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기업의 부채는 현재 GDP의 160%대 후반으로 일본 버블 정점(1989년) 때의 132%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단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소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실제 추산을 해보면 중국이 받는 타격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첫 번째, 통계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수출 가격탄력성(1% 가격상승 대비 수출액 감소율)은 최대 1.5라고 한다. 따라서 최대치 1.5와 1·2차 관세폭탄 수입 상당액(500억달러, 2000억달러)에 초과관세율(각기 25%, 10%)을 다 두들겨 맞는다 해도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분은 487억5000만달러(500억달러×25%×1.5+2000×10%×1.5)다. 이는 2017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12조달러의 약 0.4%로 값 자체가 치명적이진 않다. 게다가 중국 수출액의 약 절반은 세계 각처의 부품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를 감안하면 대미수출 감소가 중국 성장률에 주는 직접적인 영향은 0.2%로 줄어드는 셈이다.

두 번째, 10년 전인 리먼 쇼크 때는 중국 소비시장이 GDP의 약 30%에 불과했다. 따라서 세계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성장과 고용을 유지하려면 대대적인 투자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중국 소비가 GDP의 50%를 상회하는 데다 도시의 노동력 수요를 나타내는 구인배율(구직자 1인당 일자리비율)이 리먼 쇼크 때의 0.85보다 훨씬 높은 1.23이다. 노동력이 오히려 부족하단 얘기다.

또 단기적으론 미국이 유리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수입물가 부담이 커지는 미국이 불리하단 분석도 있다. 예컨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 중국, 유럽이 관세를 다 10% 올리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1.4% 하락, 국별론 미국이 -2.2%, 유럽이 -1.8%, 중국이 -1.7%로 미국의 타격이 가장 심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단기에 승부를 내지 않으면, 예컨대 내년 들어 미국 경기가 둔화한다든지 하면 얘기가 꽤 달라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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