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씨(28)는 몇 달 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 승객에게 '민폐' 소리를 들었다. 앞에 자리가 났는데도 앉지 않고 비워둔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임산부 배려석이라 비워둔 것"이라고 말했으나, 해당 승객은 "사람도 많은데 자리를 비워두는 게 더 매너 없는 행동"이라며 눈을 흘겼다. 이씨는 반박을 하지 못했다. 임산부 배려석에는 앉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왔지만,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자리를 비워두면 민폐라는 주장에도 수긍이 갔다. 이씨는 "자리가 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바에 앞으로 임산부 배려석 앞에는 서있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항철도 임산부 배려석에 인형이 놓인 모습(왼쪽)과 지하철 5호선 핑크색 시트와 바닥/사진=뉴스1, 남형도 기자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는 승객들. /사진=뉴스1
서울 시내버스 내부에 부착된 임산부 배려석 안내 스티커 /사진=이상봉 기자
임신 6개월 K씨: "임신 초기엔 티가 안 나서…"
대중교통 임산부 배려석에 누군가 항상 앉아있어서 이용 잘 안 한다. 10번 중 9번은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더라. 임신을 하면 홀몸일 때보다 정말 많이 힘들다. 혹시라도 넘어질까 하는 불안감이 커서 온몸에 힘을 주게 된다. 몸이 불편해서 배려석에 앉거나, 임산부를 보고 일어나면 괜찮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본다.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임산부가 탄지도 모른다. 초기 임산부들은 티가 안 나는 경우가 많아서, 배려석이 항상 비워져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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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8개월 P씨: "넘어질까 불안한데… 먼저 말하기 힘들어요"
임산부 배려석은 자리가 비워져있을 때만 이용한다. 배가 나오기 전에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사람한테 양보받은 적이 없고, 만삭일 땐 한두번 받아봤다. 균형 잡기가 힘들어서 넘어질까 불안하다. 임산부 배려석 비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티가 안나는 경우에는 배려받기도 힘들고, 임산부니까 배려해달라고 먼저 말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미리 비워두면 좋을 것 같다.
임신9개월 J씨: "임산부 배려석 앞에 서있지도 않아요"
임산부 배려석에 항상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이용 못한다. 임산부 배지를 달고 다녀도 앉아있던 사람한테 양보받은 적이 없다. 이젠 일부러 배려석 앞에는 서있지도 않는다. 무언의 압박 같아서 차라리 다른 자리 앞에 서있는 편이다. 임신을 하면 홀몸일 때보다 훨씬 힘들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어지럽고 토할 것 같고, 배가 나오면 무게 중심이 안 맞아서 힘들다. 대중교통이 흔들리면 휘청거리기도 한다. 겉으로 티가 나는 후기보다는 임신 초기에 훨씬 몸이 힘들고 위험하다. 그런데 초기 임산부들은 배가 안 나와서 배려해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초기 임산부들을 위해서라도 자리가 항상 비워져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