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심' 재판, '4심제'로 바뀌나?…오늘 헌재 손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8.08.30 11:19
글자크기

[the L] 헌재 '재판소원' 허용 결정시 사법체계 격변…독일·스페인·러시아 등 재판소원 인정

'3심' 재판, '4심제'로 바뀌나?…오늘 헌재 손에 달렸다


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재판소원'의 도입 여부가 30일 결정된다.

만약 헌재가 재판소원을 금지하고 있는 법에 대해 '위헌' 등의 판단을 내린다면 그동안 '3심제'로 운영돼온 우리나라의 재판 시스템은 헌재까지 포함해 사실상 '4심제'로 바뀌게 된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내린 긴급조치와 관련한 과거사 판결들과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고 있는 법이 위헌인지 여부를 선고한다.



헌법소원은 국가의 공권력 행사 또는 법률 등으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받은 경우 헌재에서 공권력의 행사를 취소하거나 법률이 위헌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를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상 판결 자체를 문제 삼는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는 그 자체가 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하고 본안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만약 헌재가 이 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한다면 앞으로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재판소원'을 통해 헌재에서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재판소원 허용을 요구하는 쪽에선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통해 보다 폭넓은 기본권 보장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행정 행위의 경우 법률의 구제절차를 거친 후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허용되고 있지만 다른 구제절차가 없는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돼 사법 작용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어렵다는 논리에서다. 사법권이 입법과 행정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사법권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기능은 정작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재판소원을 통해 사법권이 잘못 작용되는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을 터줘야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특정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대법원이 이미 합헌으로 적용했던 판결로 인한 사법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반면 재판소원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헌법에 규정된 법원의 사법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반론이 거세다. 헌법 101조 1항은 구체적인 사건에서의 사법작용은 법원에 전속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대법원이 지켜왔던 최종심의 위상을 헌재가 대신하게 되면 사법체계에 혼란이 초래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헌법 102조2항에서는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 재판을 최종적으로 심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재판소원이 가능하게 되면 사실상 헌재가 제4심으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또 헌법 107조 2항에서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한 규정 역시 재판소원이 가능해지면 무력화될 수 있다.

현재 재판소원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로는 독일과 스페인, 러시아 등이 있다. 독일은 연방헌법재판소를 두고 법원 재판을 포함한 모든 공권력 작용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인정해 심판토록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법관이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관련된 기본권과 그 기본권의 보호영역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한 경우 또는 충돌하는 기본권들의 비교형량의 문제를 간과한 경우에 한정해 헌법소원을 인정하고 있다.

스페인 역시 모든 공권력 작용을 헌법소원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사법기관의 작위에 의해 헌법상 보장된 자유와 권리가 직접 침해된 경우 권리구제를 위한 모든 심급을 거친 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연방헌법재판소를 두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헌법소원의 대상을 행정처분과 법령만로 한정하고 있다. 법률의 위법성으로 인해 권리를 침해 받았을 경우 법률의 위법성을 심판하고 있지만, 법원의 재판이 없는 상태에서 명령이 효력을 발휘했을 경우에 한해서다.

조규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본권 보호를 위한 최후의 헌법 수호라는 헌법소원 제도의 근본 취지를 고려해 볼 때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을 살필 필요가 있다"며 "재판소원 도입 논의는 헌법질서의 보장과 국민의 기본권 확대의 조화를 위해 더욱 적합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