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파일 5시간만에 '퇴진' 윤재승 회장… 추가폭로 선제적 대응?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2018.08.27 16:44
글자크기

지배 구조상 윤 회장 경영권 위협 가능성↓…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 공백 우려 최소화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사진=머니투데이DB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윤재승 대웅그룹 회장이 폭언·욕설 음성 파일이 공개되자마자 퇴진을 선언했다. 전현직 직원들의 추가 폭로에 대비해 스스로 고강도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회장은 폭언 파일이 공개된 27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기자들에게 보낸 단문의 편지를 통해 밝혔다. 음성 파일이 오전 5시께 한 방송에 의해 공개된 지 5시간만의 일이다. 윤 회장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오늘 이후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적었다. 윤 회장은 폭언에 관한 언론 보도가 있기 전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윤 회장이 시기를 예단할 수 없지만 여론 향배에 따라 입국 내지 경영 복귀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영구 퇴진이 아닌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며 언젠가 복귀할 가능성을 내포했다.

윤 회장이 전문경영인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즉각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자리를 비워도 경영권에 위협이 될만한 소지가 없기 때문이다. 삼남인 윤 회장 위로 장남 윤재용, 차남 윤재훈 씨 등 형제들이 있지만 위협 세력이 될 수 없다.



현재 윤 회장은 지주회사 대웅 지분 11.6%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대웅의 2대 주주인 대웅재단(지분율 10.0%)이 추가되고 윤 회장과 가족이 54.4% 지분을 보유한 디엔컴퍼니 보유분(1.8%) 등을 더하면 윤 회장의 직간접 지분율을 25%를 훌쩍 넘긴다.

이는 형 재용씨(6.97%)나 장녀 윤영씨(5.42%) 보다 월등히 많은 양이다. 윤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차남 재훈씨는 지난해 아예 대웅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그는 2009년부터 3년간 대웅제약 경영을 맡아 유력 후계자로 지목됐지만 윤재승 회장과 치열한 분쟁 끝에 패배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형제들이 건재하고 팽팽한 경쟁구도가 유지됐다면 윤 회장이 선뜻 경영 퇴진을 선언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3세 경영은 시기상조여서 윤 회장 복귀는 단순히 시간 문제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왔다며 달라질 건 없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올 초 윤 회장이 대웅제약 대표직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며 "해외 출국은 가족 일로 예정돼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