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아야 다시 만나"…눈물바다 된 작별상봉

머니투데이 금강산=공동취재단, 권다희 기자 2018.08.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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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이산가족 상봉]오전 10시 작별상봉 시작…테이블 곳곳에서 울음

【금강산=뉴시스】 뉴스통신취재단 =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의 김춘식씨(80·왼쪽 두 번째)가 북측의 가족들과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총 197명이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2018.08.20.    photpo@newsis.com   【금강산=뉴시스】 뉴스통신취재단 =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의 김춘식씨(80·왼쪽 두 번째)가 북측의 가족들과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총 197명이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2018.08.20. [email protected]


1회차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작별상봉이 시작된 금강산 호텔 2층 연회장의 테이블엔 하나둘씩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이날을 끝으로 다시 기약 없는 작별을 하게 된 남북 89가족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마지막 단체 상봉과 점심식사를 한 뒤 속초로 되돌아온다.

북의 아들을 만나면 “너도 술 좋아하냐”고 묻고 싶었다던 이기순씨(91·남). ‘좋은데이’ 소주를 한 병 들고 상봉장에 들어와 아들과 소주를 나눠 마셨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들과 나누는 소주다.



아들과 대화를 나누던 이기순씨는 곧 말문이 막히는지 소주만 들이키며 말없이 테이블에 놓인 사과를 아들 앞에 밀어 줬다. 두 살 때 헤어진 아들을 60여년만에 만났지만, 몇시간 후 다시 헤어지게 된 상황을 비통해하는 심정이 묻어났다.

김춘식(80·남)씨의 북측 자매들은 남측 오빠의 등장을 기다리며 수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매는 오빠가 등장하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자리에 앉은 오빠의 눈에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무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보다 못한 김춘식씨의 남측 아들이 과자를 고모들 접시 위에 놓아줬다.

과자를 한입씩 먹던 남매는 또 울었다. 김춘식씨는 “오래 살아야 다시 만날 수 있다”며 눈물을 삼키고 짧은 한마디를 남겼다.

북의 딸 황영숙(71)씨를 만난 황우석(89·남)씨도 딸을 만난 지 5분만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다가도 눈이 다시 빨개져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훔치며 표정이 침울해졌다.


북측 여동생을 만난 남측의 김병오(88·남)씨는 아침부터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행한 남측 가족 김종석씨와도 대화를 하지 않고 침울한 표정이었다.

김종석씨는 “평생 끝이니까 아무래도 많이 착잡하신 거 같다”고 전했다. 김병오씨는 북측 여동생과 조카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 앉자마자 허공을 응시하며 흐느꼈다. 여동생은 차마 오빠를 쳐다보지 못하고 "오빠 울지마” 하고 오빠 손을 지긋이 잡았다.

하지만 오빠가 계속 울자 침착하려 했던 여동생도 눈시울이 불거지고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10분 넘게 아무 말 못하고 “하이고” 짧은 소리만 내뱉은 채 서로 눈물만 흘렸다. 김종석씨는 “아버지가 저렇게까지 우실 줄 몰랐다”며 “진짜 헤어질 때 어떠실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날 어지러움증으로 오후 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던 김달인(92·남)씨의 북측 가족 여동생 김유덕(85)씨는 이날도 오빠를 보지 못할까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북측 보장성원(진행요원)에게 오늘은 만날 수 있는지를 수시로 묻던 중 북측 인사가 “오십니다”라고 전달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오빠의 손을 잡고 인사했다. “이쪽으로 오세요”라며 오빠에게 건넨 인사는 사흘 중 가장 컸다.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인사와 당부를 건네는 가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북의 아들을 만난 이금섬(92·여)씨의 테이블. 어머니와 동행한 남측 딸은 북측 오빠에게 “오빠 건강해야 해”라 말하며 얼굴을 쓰다듬었다.

한신자 할머니(여·99)는 북의 두 딸과의 만남이 오늘로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찹쌀 같은 게 영양이 좋으니 잘 먹어야 한다”, “00에는 꼭 가봐야 한다”며 당부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북측 두 딸도 어머니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네, 네” 하며 귀를 기울였다.

다시 만날 날을 꿈처럼 기약하는 이들도 있었다. 북의 동생 신금순씨를 만난 신재천씨는 테이블 위 약과를 동생 접시에 놓으며 “서로 왕래하고 그러면 우리집에 데리고 가서 먹이고 살도 찌우고 하고 싶은데…죽기 전에 우리 집 와 밥도 먹고 그래”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동생 금순씨도 “개성에서 김포 금방이잖아. 빨리 통일이 돼야 해”라며 오빠의 말에 호응했다. 신재천씨는 “내가 차가지고 (개성) 가면 40분이면 가. 아 왕래가 되면 배불리고 가는데”라며 아쉬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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