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및 민간인·법관 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3부는 "지난 2014년 하반기 현직 대법관이었던 법원행정처장과 정무수석, 외교부 장관 등 관계 장관 등이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관에 모여 강제 징용 관련 재판 상황과 향후 방향을 협의한 자료와 진술을 확보했다"고 21일 밝혔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법원행정처장은 박병대 전 대법관, 외교부 장관은 윤병세 전 장관이었다.
이듬해 열린 회의에서는 외교부와 법무부만 참석했던 2013년 회의와 달리 여러 부처 장관들이 함께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무력화하기 위해 사법부와 정부가 사실상 TF(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응한 셈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5년 초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관계기관이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피고 측 대리인은 이날 논의 내용대로 외교부 의견을 내라는 촉구서를 냈고, 외교부는 2016년 11월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개정 민사소송규칙이 적용된 첫 사례였다. 검찰은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외교부가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하기 위해 협의한 내부 검토 문건도 확보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사항을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어 "2013년 말부터 2016년 말 법원행정처 간부들과 외교부 간부들이 여러 차례 접촉했고, 피고(전범기업)측 변호인과 청와대와의 협의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법원 국제심의관실에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