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사 잘해 무용지물된 저축銀 '금리 하소연'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8.08.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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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순익이 지난해 전체에 맞먹을 정도에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 저축은행이 유독 순익이 잘나온 측면도 있지만 업계 전체적으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상반기 업계 전체 순익은 지난해 상반기를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순익을 거둔 후 앞으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던 저축은행업계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더 장사를 잘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저축은행들의 속내는 오히려 어둡다. 저축은행업계가 과도한 이자장사를 한다고 보는 정부 및 금융당국의 논리에 스스로가 힘을 싣는 꼴이 돼버려서다. 저축은행업계가 받는 금리 압박은 이미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향후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한데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은행들이 인하된 최고금리를 초과한 이자율을 받지 못하게끔 약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패로 삼았던 수익성 악화가 무용지물이 되자 업계 내부적으로도 할말이 없어졌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충당금 환입 등 다른 요인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자수익이 더 늘었다는 점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자조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그럼 도대체 얼마만 벌어야 되냐"며 분통을 터뜨리지만 이같은 접근법은 오히려 정부 및 당국의 목소리만 키워주는 결과만 낳는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여전히 최고금리가 넘는 고금리를 유지하는게 문제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을 문제 삼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20% 이상 고금리 대출 잔액은 6조7723억원으로 평균금리는 25.6%로 나타났다.



상반기 뿐만 아니라 올해 전체 기준으로도 저축은행들의 순익은 지난해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10월부터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중금리 대출이 빠지기 때문이다. 다시금 역대 최고 순익을 경신하게 될 상황에서 금리 때문에 힘들다는 말은 먹히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금리가 아닌 다른 장사 방식도 적극 고민해야될 시점임을 알아야 한다.
[기자수첩]장사 잘해 무용지물된 저축銀 '금리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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