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연 "한·중 기술격차 1.4→1년…중장기 R&D 정책지원 필요"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18.08.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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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출구조 변화' 보고서…위안화 약세 中제품 가격 경쟁력↑

/자료=현대경제연구원/자료=현대경제연구원


한국과 중국 간 수출경합도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 수출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일 '한·중 수출 구조 변화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의 가격, 비가격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 간의 수출 경합이 강화되고 있다"며 "국내 수출산업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해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양국의 전체 기술격차(120개 국가전략 기술)는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년으로 좁혀졌다. 한국의 기술 우위는 유지됐지만, 모든 부문에서 격차가 좁혀졌다.

이 기간 기술격차 축소폭은 의료(1.5→1년), 에너지·자원·극한기술(0.9→0.4년)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전자·정보·통신 기술격차는 1.8년에서 1.5년으로 줄었다. 중국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항공우주 기술격차는 4.3년에서 4.5년으로 더 벌어졌다.



이같은 변화는 기술 수준별 제조업 수출 비중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의 고위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은 2000년 35.8%에서 2011년 26.5%로 줄어들었다. 이 비중은 2016년 다시 30.4%로 반등했다.

한국의 중위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은 2000년 32.5%에서 2016년 43.8%로 늘었다.

반면 중국의 고위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고위기술 제조업 수출비중은 200년 22.4%에서 2016년 32.6%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위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은 19.6%에서 24.8%로 늘었다.


중국의 중간재 수출 비중 증가도 양국 간 수출경합도를 높이고 있다. 2016년 기준 한국의 중간재 수출 비중은 64.0%로 부품·부분품 등 중간재 중심 수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소비재, 자본재 중심의 최종재 수출 비중이 높은 구조지만, 중간재 수출 비중이 2000년 35.1%에서 2016년 42.6%로 확대됐다.

최근 위안화 약세는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원화는 북한 등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여타 신흥국에 비해 약세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기술격차와 수출구조 변화, 환율효과를 반영한 양국의 수출경합도는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가 특정 시장에서 특정재화의 수출을 두고 경합을 벌일 때 경쟁의 정도를 보여주는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합도 지수(ESI)는 2000년 0.331에서 2016년 0.390으로 높아졌다. 수출 경합도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양국의 수출구조가 유사함을 나타낸다.

분석에 따르면 한중 수출 경합도는 전체 품목뿐 아니라 한국의 8대 수출 주력 품목에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대 주력 품목의 수출 경합도 지수는 2011년(0.425)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며 2016년 0.470으로 높아졌다.

8대 수출 주력 품목 중 경합도가 가장 높은 부문은 석유화학(0.734)이었다. 2000년 27.1%였던 중국의 석유화학 중 석유제품 수출비중은 2016년 72.2%로 높아졌다. 한국의 경우 2000년 96.1%에서 2016년 92.9%로 큰 변화가 없었다.

기계, 조선을 제외한 철강, 철강제품, 정보통신(IT), 자동차, 정밀기기 품목의 수출 경합도가 2000년 초반에 비해 상승했다.

기계는 양국 모두 PC 수출 비중이 줄어든 영향으로 경합도가 하락했다. 조선의 경우 한국은 탱커, 중국은 화물선·화객선 수출에 집중하면서 경합도가 하락했다.

김수형 현대연 산업분석팀 연구원은 "중국의 기술추격과 경쟁력 강화에 따라 한중 간 수출경쟁이 강화되고 있어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며 "기술투자와 R&D에 대한 지원 강화, 원천기술에 대한 개발사업 확대 등 정부 주도의 기술경쟁력 방안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또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에 편중돼있는 수출구조를 개선하고, 미국이 양호한 경기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합도가 높은 품목 중 대중 관세 부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품목을 이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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