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터키 쇼크'까지…신흥국 증시 약세장 돌입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강기준 기자 2018.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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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신흥시장 지수 고점 대비 20% 하락…신흥국 중앙銀, 통화가치 방어 총력

무역전쟁에 '터키 쇼크'까지…신흥국 증시 약세장 돌입


신흥국 증시가 약세장에 돌입했다. 무역전쟁, 달러 강세, 미국의 잇따른 경제 제재, 터키 리라화 폭락 등 각종 악재가 줄줄이 터졌기 때문이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통화가치 방어와 경기 부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분간 신흥국 증시의 앞날은 불확실할 전망이다.

◇신흥시장 지수 1월 고점 대비 20% 하락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이날 전날보다 2% 가까이 내린 1024.43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지난 1월 고점 대비로는 20%가량 떨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지면 약세장으로 판단한다. 당분간 내림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신흥국 증시는 올해 내내 부진했다. 24개 신흥국 대표 기업 주가로 구성된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주요 신흥국과 선진국 증시를 모두 아우른 MSCI 세계 지수보다 올 들어 10% 넘게 더 하락했다. 미국의 긴축과 달러 강세, 무역전쟁 등의 파문이 지속한 가운데 최근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가 이어지면서 신흥국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의 실적 악화는 신흥국 지수에 직격탄을 날렸다. 텐센트는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 줄어든 179억위안9약 2조93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텐센트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실적 발표 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텐센트 주가는 한때 8%까지 빠졌다. 결국 이날 텐센트 주가는 2.92% 하락으로 마감했으며,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다른 중국 IT주들도 1% 이상의 낙폭을 기록했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1100여개 신흥국 기업으로 구성되는데, 텐센트는 가장 큰 비중(5%가량)을 차지한다. 여기에 텐센트 지분 31%를 가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디어 업체 나스퍼스도 이 지수에 포함돼, 텐센트 주가가 휘청거리면 지수에 즉각 반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MSCI 신흥시장 지수의 2% 하락은 지난 10일 터키 리라화 폭락 당시의 하락 폭보다 더 크다"면서 "텐센트에서 시작된 위험이 미국 기술주에까지 확산할 수 있어 투자자들은 잘못된 곳(터키)을 볼 게 아니라 텐센트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 신흥국 통화가치 방어에 안간힘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터키 금융위기 전염을 막고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금리 인상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3일 정책금리를 5%포인트 올린 45%로 결정했다. 미국의 2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루피아화 가치가 급락하자 15일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5.25%에서 5.50%로 0.25%포인트 올렸다. 필리핀도 올해 5월과 6월에 이어 지난 9일 정책금리를 인상했으며,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 1일에 이어 이달 말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주요 중앙은행들의 외환시장 개입도 진행되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터키 사태로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급히 외화보유고를 풀어 루피를 사들였다. 인도 중앙은행이 이런 방식으로 최근 5개월간 루피화 가치 방어를 위해 투입한 자금은 250억달러(약 28조2200억원)에 달한다. 미 달러화에 대한 고정환율제(페그제)를 운용하는 홍콩 통화당국은 화폐 가치 방어를 위해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21억달러(2조3700억원)를 쏟아부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신흥국들이 대부분의 개혁 과제를 완수했고 중앙은행들의 대응 능력이 개선됐다고 분석한다"며 "글로벌 성장세를 꺾을 정도의 거대한 폭풍이 몰아칠 조짐은 없지만, 투자자들이 신중히 접근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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