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이데올로기로 변할 때 남는 건 붕괴”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8.08.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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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그리스인 이야기 Ⅰ,Ⅱ,Ⅲ’…그리스인을 둘러싼 거대 역사 스펙터클

“민주주의가 이데올로기로 변할 때 남는 건 붕괴”


탁월한 묘사의 힘을 자랑하는 시오노 나나미의 마지막 역사 에세이 ‘그리스인 이야기’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드러난 심층과 시각이 그대로 포개진다. 총 3권으로 완역된 작품에는 그리스의 상징인 ‘민주주의’의 대 여정이 세밀하게 수놓였다.

민주주의는 그리스에서 어떻게 발전했는가. 저자는 “아테네의 민주정치는 이데올로기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고 못 박는다. 태동은 ‘필요성’ 때문이다.



귀족정치를 타파한 솔론의 금권정치로 시작해 민주정치의 황금기를 이끈 페리클레스의 시대까지 단계마다 ‘계급 간 갈등 해소’, ‘체제 안정’, ‘경제력 향상’, ‘국난 극복’ 등 다양한 현실의 요구에 맞춰 민주주의의 발전이 거듭됐다는 것이다.

민주정치가 이데올로기로 변한 시대에 도시국가 아테네를 기다리는 건 쇠퇴뿐이었다.



양으로 밀어 부친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아테네는 특유의 ‘질’로 이긴 뒤 100년간 평화와 번영을 구가했는데, 그 균형이 깨진 것은 어이없게도 내부의 적, 즉 내전 때문이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일어난 펠로폰네스 전쟁으로 그리스는 자신이 쌓아올린 가치관을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를 초래했다.

저자는 “페리클레스 시대 이후 그리스인 전체가 양식 없는 사람들로 변해버렸다”며 “선동정치와 우중정치, 포퓰리즘이 낳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알렉산드로스의 등장(제3권)으로 세계제국을 건설한 그리스의 힘은 배타적 민족주의의 타파에서 나왔다. 혁신성과 열린 마음으로 다른 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알렉산드로스의 민족융합정책은 그리스의 확장된 민주주의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내부에선 독재자로 통했지만, 외부로는 포용 정책을 아끼지 않았던 것.


지나친 영웅주의로 비판받은 ‘로마인 이야기’와 달리, 이 책은 민주주의의 변형 과정을 농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그리스인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1권 420쪽/1만8000원, 2권 488쪽/1만9000원, 3권 544쪽/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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