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만 3.2% 전국평균 27배...말 한마디에 용산 집값 용솟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8.08.1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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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부동산]철도지하화, 용산역 복합개발에 기대감↑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한 골목 모습. /사진=김사무엘 기자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한 골목 모습. /사진=김사무엘 기자


“한 달 새 1억~2억원씩은 뛰었을 겁니다. 박원순 시장의 한 마디가 기름을 부은 거죠.”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후암동 일대 공인중개소들은 최근 용산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서 박 시장이 용산 개발구상을 발표하면서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였고 호가는 치솟기 시작했다는 것.
 
박 시장의 용산 개발구상은 용산역과 서울역까지 철도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시설과 쇼핑센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철도 상부를 덮고 그 위에 대학 캠퍼스, 도서관, 병원 등을 지은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센강 좌안) 프로젝트’처럼 철도시설로 단절된 용산지역을 획기적으로 재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용산역 지하화 계획은 10여년 전부터 검토한 것이지만 일대 부동산 상승세에 촉매가 된 것은 명확하다. 용산은 용산공원, 용산국제업무지구, 정비사업, GTX(광역급행철도), 신분당선 등 각종 개발호재가 많아 기대감이 높은 지역이다.

◇7월 한 달 서울 평균보다 5배 더 오른 용산 집값



용산 집값은 최근 한 달 새 급등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용산구 주택(단독·다세대·아파트 등)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3.18% 올라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서울 평균(0.59%)보다 5배, 전국 평균(0.12%)에 비해 27배 높은 상승률이다.
 
박 시장의 용산 개발 발언 이후 기대감이 더 높아지면서 외부 투자문의도 급증했다. 청파동 P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 끼고 1억~2억원 정도로 갭투자할 수 있는 다세대주택이 많이 거래됐다”며 “저렴한 물건은 이미 팔렸고 현재는 호가가 너무 높아져 거래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매가격을 맞춰놓고 서명만 하면 되는데 지난달 박 시장의 발언이 나온 이후 취소된 계약이 수두룩하다”며 “투자문의는 계속 오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모두 거둬들였다”고 전했다.
 
청파동 건너편 후암동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법원경매에 나온 후암동 근린주택은 105명의 응찰자가 몰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서울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응찰자가 100명 넘은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해당 주택은 감정가(2억8376만원) 대비 2배 넘는 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용산개발계획이 구체화하면서 경매물건보다 수요가 많아 경쟁률은 치솟고 낙찰가격은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중산시범 아파트 전경. 중산시범은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과 함께 개발될 계획이었으나 사업이 좌초되면서 현재까지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진=김사무엘 기자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중산시범 아파트 전경. 중산시범은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과 함께 개발될 계획이었으나 사업이 좌초되면서 현재까지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개발하면 집값 급등…용산 개발의 딜레마
 
용산은 그동안 입지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되지 않아 노후도가 심각하다. 지난 6월에는 지은 지 52년 된 4층짜리 노후건물이 대낮에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용산 노후건물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개발을 서두를수록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서울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와 함께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용산 일대 공인중개소를 대상으로 업·다운계약 등 불법행위가 있는지 대대적인 점검을 벌였다. 개발은 해도 집값 급등은 막겠다는 의도다.
 
공인중개사들의 불만은 폭주한다. 집값을 올린 장본인은 박 시장인데 애먼 공인중개사들만 잡는다는 것이다. 청파동 C공인중개소는 “집값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공인중개소 단속부터 나오는데 우리가 봉인가”라며 “집값 오른 게 누구 때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도 계획만 요란하지 실제 개발이 추진될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실패사례가 있고 사업규모도 커서 하루아침에 결정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도 변수다.
 
서부이촌동 M공인중개소는 “최근 많이 올랐지만 이제 겨우 2007년 전고점을 회복한 상태고 정부 규제가 강한 상황에서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며 “장기투자를 고려하는 현금부자 위주로만 거래된다”고 했다.



◇용산 철도 정비창 개발 재개 가능성도
 
용산국제업무지구 좌초의 상처가 있는 서부이촌동에서도 개발 기대감이 높아졌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용산 정비창부지를 반환받기 위해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 시행자였던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주식회사(PFV)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5월 최종 승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용산역 정비창부지 등 서부이촌동 일대 56만6000㎡ 지역에 국내 최고 높이(620m) 건물을 비롯해 업무·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사업비만 31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사업으로 불리기도 했다.
 
2007년 사업시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드림허브PFV가 설립되고 사업이 본격 추진됐으나 토지보상, 자금조달 등의 문제로 2013년 시행사가 부도나면서 사업은 좌초됐다.
 
이후 서부이촌동 부동산은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집값은 급락하고 과도한 대출을 받아 투자한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보고 집을 파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부이촌동 3개 특별계획구역 중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이촌1구역은 13.2㎡ 지분 가격이 6억5000만원 수준이고 3.3㎡당 가격은 1억6250만원에 달한다.
 
서부이촌동 K공인중개소는 “지분이 작아 사업성이 좋지 않은데도 최근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며 “그만큼 용산은 개발호재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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