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1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김 전 실장은 이날 새벽 1시반쯤 취재진이 있는 청사 1층 정문을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빠져나갔다.
검찰은 최근 외교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이 당시 회동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돌리고 확정 판결을 늦춰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문건 등을 확보했다. 김 전 실장은 강제징용 소송의 재상고심이 대법원에 접수되던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
앞서 검찰은 최근 외교부 압수수색에서 2013년 10월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주철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찾아가 강제징용 소송 결과를 설명하고 해외파견 법관 수 확대를 청탁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이 면담 내용이 김 전 실장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주 전 수석이 윤 전 장관에게 보낸 서신도 확보했다. 해당 서신에는 '유엔 대표부에 법관을 파견해 달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거래 대상으로 삼아 청와대와 정부 측에 법관의 해외 파견 확대를 청탁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은 당초 하급심에선 전범 기업들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으나 2012년 5월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고 이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일본 전범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도록 하는 고법 판결이 나오자 전범기업들이 이에 불복해 2013년 8월 재상고하면서 대법원에 다시 사건이 올라갔다. 그러나 대법원은 5년째 재판을 끌어오며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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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는 당시 전범 기업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재판 결과가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저장장치에서 발견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라는 제목의 문건에서는 박근혜정부 당시 외교부가 2013년 9월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민원을 대법원에 여러차례 전달하는 내용이 포함돼 양승태 사법부가 이 재판을 대상으로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