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오늘 죽었다…안희정 유죄" 규탄시위 잇달아

뉴스1 제공 2018.08.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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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기결정권 지키려면 모든 것 포기하라는 거냐"
"폭력의 고리 승인한 판결…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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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 소속 회원 300여명이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규탄시위를 열고 안희전 전 충남지사 무죄 선고를 규탄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18.8.14/뉴스1© News1 최동현 기자'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 소속 회원 300여명이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규탄시위를 열고 안희전 전 충남지사 무죄 선고를 규탄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18.8.14/뉴스1© News1 최동현 기자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오늘 죽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결에 반발한 여성단체는 1심 선고가 이뤄진 14일 저녁까지 법원 앞에 모여 사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녹색당은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정문 앞에서 "한국의 여성들은 성범죄자는 처벌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꿈꿨지만 사법부는 그 요청을 무참히 짓밟았다"며 입을 모아 규탄했다.



김주온 녹색당 대표는 "법원의 1심 판결로 한국은 거대한 폭력의 고리를 공식적으로 승인받았다"며 "참담하고 절망스러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장예정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도 "이제 제 지인이 (성폭력) 고민을 하고 있더라도 선뜻 용기 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성범죄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을 사법부가 믿을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탄식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진짜 권력자들은 협박이나 폭력이 아닌 '눈빛' 하나로 상황 조절이 가능하다"며 "재판부는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상황의 맥락적 이해도 없이 판결해 놓고 '현행법의 한계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식의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당 당원들이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안희전 전 충남지사 무죄 선고를 규탄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18.8.14/뉴스1© News1 최동현 기자녹색당 당원들이 14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안희전 전 충남지사 무죄 선고를 규탄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18.8.14/뉴스1© News1 최동현 기자
녹색당의 규탄대회가 마무리되자 다른 무리의 여성단체들이 서부지법 앞에 섰다.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이날 긴급 결성된 '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항의행동)은 "오늘부로 한국의 사법부는 죽었다"며 "절대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외쳤다.


항의행동은 "법이 여성들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늘 다시 한번 했다"며 "성폭력을 근절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법부는 오히려 성폭력을 조장했고, 여성들을 이 자리에 모이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선고기일을 방청했다고 말한 여성 이모씨는 "오늘 선고기일 방청을 위해 아침 7시20분에 법원에 도착했는데, 이미 40여명의 여성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며 "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주의 깊게 지켜보고 공정한 판결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보란 듯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전했다.

이날 규탄시위에 참석한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이번 재판은 처음부터 굉장히 이상한 재판이었다"면서 "재판부는 모든 과정에서 학대적일 정도로 집중적으로 재판을 이어갔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마치 안희정의 또 다른 변호인단처럼 오늘 판결에서 안희정 측 변호인단의 주장을 그대로 읽어내려갔다"며 "재판부는 남성의 재판부였고, 안희정 측 변호인단과 어떤 식으로든 교감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권씨는 특히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용어가 이렇게 사용될 줄 몰랐다"고 지적하면서 "재판부는 여성들에게 '당신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커리어든 정체성이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 순간에 즉각적인 행동을 하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항의행동은 "오늘의 판결을 우리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법원 앞에 모인 300여명의 여성들은 늦은 저녁까지 안 전 지사의 얼굴에 빨간 글씨로 '유죄'라고 쓴 종이를 들고 안 전 지사의 유죄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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