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음식, 계산 전 냠냠…'불법' 입니까?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8.08.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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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소비자, "계산할 것"이라며 음료수 미리 뜯기도…"지불능력 없으면 사기죄 성립"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11일, 6살 된 아들과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이명주씨(39·가명). 장을 보다가 과자 몇 개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하지만 이를 본 아들이 먹겠다고 보채기 시작했고, 결국 못 이겨 하나를 뜯어서 줬다. 그리고 뜯은 과자 상자를 들고가 계산대서 함께 계산했다. 집에 돌아와 이 얘길 했더니 남편이 "계산도 안하고 먹으면 안된다"고 나무랐다. 이에 이씨가 "어차피 계산할 건데 뭐가 문제냐"고 따져 싸움이 됐다.

대형마트·슈퍼마켓 등에서 계산하기 전 취식(取食)하는 것을 놓고 소비자들이 혼란스럽다. 추후 계산할 것이니 문제 없다고 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계산 전엔 자기 소유가 아니니 맘대로 먹으면 안된다는 반론도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의견도 갈렸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11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를 둘러본 결과 계산 전 취식을 하는 소비자들을 일부 찾아볼 수 있었다. 대다수는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고 계산할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장 본다는 주부 박모씨(55)는 손자에게 음료수 하나를 들려준 채 장을 보고 있었다. "계산을 했느냐" 묻자 박씨는 "이따 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어 "손자가 떼를 쓸 때가 많아 가끔 먹도록 할 때가 있다"며 "계산을 안한 적도 없고, 마트 직원들도 뭐라고 안한다"며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이었다.



생수 한 통을 마시며 돌아다니던 대학생 이모씨(22)도 "목이 너무 마른데, 살 것들이 있어서 미리 좀 마셨다"며 "큰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선 다른 소비자들도 헷갈려 했다. 직장인 최은경씨(37)는 "당연히 계산하고 먹으면 좋겠지만, 미리 좀 먹는다고 해서 법적 문제가 될 것 같진 않다"고 했고, 주부 김모씨(34)는 "계산하기 전에는 내 것이 아닌데 '절도죄'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직원들도 난감하다는 입장이었다. 마트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계산을 하고 먹어야하지만, 안 지킨다고 가서 뭐라고 할 수도 없다"며 "안내 문구를 붙이는 등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적법성 여부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도 다소 갈렸다. 법무법인 바른의 안현국 변호사는 "과자를 계산 전에 먹는 행위 자체가 문제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안 변호사는 "과자를 예로 들면, 슈퍼에서 가격표를 붙여 진열하면 '청약', 고객이 과자를 집고 포장을 뜯으면 '승낙'으로 본다"며 "이 과정을 거치면 계약이 성립하고, 과자 소유권이 고객에게 이전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계산을 안하면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이 성립할 수 있고, 고객이 처음부터 지불의사·능력 없이 취식하면 형사상 사기죄는 성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계산 전 취식 자체가 위법이란 해석도 있었다. 법률사무소 소울의 이상목 변호사는 "물건을 사서 계산대까지 가는 행위가 '청약', 최종 결제하고 갖고 가라 하는 것이 '승낙'"이라며 "청약 속에 뜯어서 맛 보고 먹으라고 하는 것까지 포함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는 계약 성립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며 "계산 전에는 형법상 소유나 점유가 마트에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식당도 먼저 먹고 결제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결제 가능성에 관한 사회적 약속이 마트와는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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