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방하면 20년 뒤 지금의 중국 수준 도달"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18.08.13 08:54
글자크기

[피플]요시노 나오유키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장

요시노 나오유키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장/사진 제공=한국개발연구원요시노 나오유키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장/사진 제공=한국개발연구원


"1990년대 초만 해도 평양은 베이징보다 발전한 도시였다. 북한 개발이 본격화되면 북한은 20~25년 후 중국의 현재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설 연구소인 ADBI의 요시노 나오유키 소장(사진)은 12일 머니투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이 구상한 북한 경제 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ADB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과 함께 북한 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는 다자개발은행이다. 요시노 소장은 일본 게이오 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로 2014년부터 ADBI를 이끌고 있다.



요시노 소장은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해선 사회 인프라 투자가 중요하다고 했다. 남한과 중국을 이을 수 있는 도로, 철도 등이 대표적이다. 항만, 발전소도 경제 개발을 뒷받침하는 주요 인프라다. 인프라 건설 파급 효과로 지역 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도로, 철도 주변에 호텔, 기업, 주거지역 등이 들어설 수 있어서다.

그는 자금 조달 방식으로 무상증여, 보조금 지급 방식보다 다자개발은행과 한·중·일 등 주변국을 통한 장기대출(15~20년)을 제안했다. 개발 원칙을 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부는 대출금 상환, 투자자는 원리금 회수에 적극적이라 인프라 개발을 꼼꼼하게 챙길 것이란 설명이다.



요시노 소장은 "인프라 주변 지역이 발전하면 법인세, 소득세, 재산세 등 세수가 늘어 장기대출을 갚을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며 "자금 조달이 투자 형태로 발전할 경우엔 세수 일부는 북한 정부 재정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투자자에 배당 형태로 지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시노 소장은 북한에서 시장경제 정착을 진전시킬 수 있는 두 가지 키워드로 인센티브, 교육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 공기업에서 더 나은 실적을 낸 직원에게 보너스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 체제를 급격히 전환하는 것보다 시장경제 작동 원리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요시노 소장은 인적 교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서구권에서 유학한 북한 인재가 많을수록 체제 전환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얘기다.


그는 "1990년대 이후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본국에 돌아온 중국 유학생들이 2000년대부터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지원해 일하는 북한 인재가 시장경제 사고방식을 전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시노 소장은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의 변화를 예로 들면서 정치·경제 구조가 비슷한 북한의 경제 발전, 체제 전환 전망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장경제를 보다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설계할수록 '북한의 등소평'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등소평은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지도자다.

요시노 소장은 북한 경제 개발 전략으로 논쟁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북핵과 정치 체제다. 요시노 소장은 "북한은 기술력이 뛰어난 북한 핵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핵 연구자는 비군사적인 핵 사용 방법을 가르칠 수 있도록 재교육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일 수도 있는데 북한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선 20~30년 간 정치적 안정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선 김정은 독재 체제를 당분간 용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