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꺼지는 글로벌 부동산… 10년 랠리 끝내나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8.08.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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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런던·베이징·시드니 등 집값 상승 가팔랐던 주요 도시 하락…정부 규제 강화·수요 위축 등 맞물린 결과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꺼지며 10여년간의 랠리를 끝내고 있다.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주요 도시 중심으로 하락폭이 커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번질 것이라고 전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뉴욕, 런던, 베이징, 시드니 등 전 세계 주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저점을 찍은 전세계 부동산 시장은 이후 연평균 5~13%대의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각국에서 세제 개편, 대출 규제 강화 등 집값 잡기에 나서고 있고 이미 치솟은 가격에 수요층이 관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의 중심부인 맨해튼 주택 매매가는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2분기말 기준 이 지역의 주택 평균 매매가는 전년보다 5% 하락한 210만달러를 기록,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급격히 올랐다는 우려로 수요층이 관망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뉴욕 부동산 시장은 매물이 지난해보다 11% 늘어났지만 매매가 17% 감소했다. 수요가 줄자 가격도 하락했다. 뉴욕 주택 매매 중간 가격은 7.5% 하락한 110만달러를 나타냈다. 캘리포니아도 고급주택 중심 수요가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미국 전역의 주택 수요도 줄었다. CNBC는 미국의 지난 6월 주택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빠져 2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CNBC는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레드핀을 인용, 시애틀, 워싱턴D.C, 뉴욕 등 집값이 급격히 올랐던 지역에서 매물은 눈에 띄는 수준으로 늘었지만, 수요는 줄어 가격이 하락세라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의 주요 부동산 가격 역시 추락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미칠 여파에 대한 시장의 공포감과 경제성장 둔화,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수요 위축 등이 맞물린 결과이다. 올해 런던 도심 집값은 2014년 고점 대비 18%가량 떨어졌다. 일부 지역은 가격이 3분의 1이나 하락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은 정부가 집값 잡기에 나서면서 과열된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조건 강화, 대출 금리 인상 등 30개가 넘는 규제를 강화 및 시행하고 있다.


2011년만해도 베이징 집값은 1제곱미터(㎡) 당 1만8400위안(약 303만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 기준 5만3200위안(약 876만원)으로 6년새 3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는 정부의 규제 강화로 지난 5월말 기준 4만4100위안(약 726만원)까지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릴 계획인데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역시 지난달 주택 가격이 전년대비 0.6% 하락하며 7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수요자들의 자금줄을 조이면서 상승곡선이 고꾸라진 것이다.

특히,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세계에서 2번째로 비싼 시드니와 멜버른 같은 도시는 4~5%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두 도시의 주택 가격은 10개월 연속 하락세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부유층들의 거래가 활발한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다른 국가로까지 여파가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NBC는 "그동안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보이고 공급은 적어 주택 시장이 불붙은 듯 올랐다"면서도 "그동안의 고공행진으로 시장에선 거품이 꼈다는 우려감이 커졌고, 곧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주택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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