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규제 강화…재계 '고민'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위는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총수 지분이 20% 이상인 상장과 비상장사(현재는 상장사 30% 이상)로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최종 보고서’를 지난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개편안에는 기존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기아차가 이에 해당한다. 특위는 순환출자 고리의 맨 끝에 해당하는 기업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권고했다. 현대차그룹은 총수→현대모비스 (228,500원 ▼1,000 -0.44%)→현대차 (251,000원 ▼500 -0.20%)→기아차 (118,000원 ▼300 -0.25%)→현대모비스의 구조다.
문제는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에서는 총수일가가 지배회사로 거듭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30.2% 보유하는 점이다. 이 경우 총수일가 지분을 20% 미만으로 강화한 일감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든 현대차그룹이 또 다시 규제 대상에 놓이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삼성그룹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새로운 법이 적용되면 삼성생명은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이 된다. 만약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건물에 입주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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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현행법에 맞춰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편법이라고 몰아세우면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니 기업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 3년만에 또 강화한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선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긴커녕 정책을 좇아가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삼성금융' 정조준한 개편안=또 특위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제도를 개편, 현행 특수관계인 합산 15% 한도에 추가해 금융·보험사만의 의결권 행사 한도를 5%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현행 15%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의결권 행사가 허용되는 사유 중 '계열사간 합병, 영업양도'는 제외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계열사간 합병이 본래 예외 허용 목적인 '적대적 인수합병(M&A)' 등과는 무관하며 총수일가를 위해 불리한 합병비율에 찬성하는 등 악용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도 내놨다.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대기업집단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월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27%, 1.45% 보유하고 있다. 삼성계열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총 9.72%를 보유할 수 있는 것은 참여정부 시절 법 개정안 시행 전 취득한 5% 초과 지분은 허용키로 하면서 '예외'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는 계열사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예외조항(공정거래법 11조 3호)을 통해 △정관변경 △합병 △영업 양도 △임원 임면 등의 경우 타 계열사와 합쳐 최대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난 2015년 7월 옛 삼성물산 (150,100원 ▲100 +0.07%)과 제일모직 합병 시 삼성물산 지분 4.79%를 들고 있던 삼성화재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예외조항 덕분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 15% 룰을 적용할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사라지는 비율은 약 5% 수준인데, 새롭게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한도를 5%로 제한하더라도 효과(의결권 제한)는 거의 비슷하다"며 "물리적으로 삼성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전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20.21%. 15% 초과 지분 중 삼성생명 특별계정(0.35%)를 포함해 5.21%는 현재 의결권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이번 법 개정으로 앞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보유지분 9.72% 중 의결권을 5%까지만 쓸 수 있게 된다면, 제한되는 의결권 지분은 4.72%로 현재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왜 이같은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삼성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산법 5% 룰 적용을 피해간 삼성에게 정부가 공정거래법상 금융사가 보유할 수 있는 비금융계열사 지분 한도에 대해 굵은 선을 그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