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따랐는데…' 현대차그룹, 복잡해진 지배구조 개편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8.07.30 15:12
글자크기

공정거래법 특위, 총수일가 보유지분 30%→20%로 강화...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해도 총수일가 30% 보유

현대차 양재동 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현대차 양재동 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셈법이 복잡해졌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지배구조를 개편해도 규제 대상에 남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위는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총수 지분이 20% 이상인 상장과 비상장사(현재는 상장사 30% 이상)로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최종 보고서’를 지난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특위가 제출한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총수일가가 약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추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6.71%)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3.29%)이, 이노션은 정성이 이노션 고문(27.99%)과 정 부회장(2%)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와 함께 개편안에는 기존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기아차가 이에 해당한다. 특위는 순환출자 고리의 맨 끝에 해당하는 기업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권고했다. 현대차그룹은 총수→현대모비스 (228,500원 ▼1,000 -0.44%)현대차 (251,000원 ▼500 -0.20%)기아차 (118,000원 ▼300 -0.25%)→현대모비스의 구조다.



특위의 개편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져도 현대글로비스 (182,000원 ▼900 -0.49%)와 기아차 규제는 현대차그룹이 기존에 계획한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풀어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에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총수일가의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보유를 없애고, 기아차에서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에서는 총수일가가 지배회사로 거듭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30.2% 보유하는 점이다. 이 경우 총수일가 지분을 20% 미만으로 강화한 일감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든 현대차그룹이 또 다시 규제 대상에 놓이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규제 대상에 놓일 경우 해당 회사의 경영활동을 크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과거에도 공정위 규제강화에 맞춰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의 총수일가 보유 지분을 낮춘 바 있다.


다만 총수일가가 규제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다고 해서 모두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내부거래가 총수일가의 부당한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직계열화, 거래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위한 내부거래도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는 이르지만 현대차 그룹에게는 총수일가 지분 규제 강화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총수일가의 지배회사 지분을 줄이지 않으려면 내부거래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