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목숨까지 위협"… 도 넘은 공사비 후려치기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김사무엘 기자, 신희은 기자 2018.07.27 05:30
글자크기

[부실 부르는 공공 후려치기] (종합)

편집자주 노·사·정이 지난 25일 건설산업 혁신 선언문에 합의했다. 공공공사 공사비 현실화가 핵심이다. 개혁의 큰 틀은 합의됐으나 문제는 각론이다. 원가산정, 계약제도 전반에 걸쳐 공사비 부족과 품질저하 요인을 짚어본다.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10년간 40% 폐업"… 공사비 후려치기 정부가 '주범'
[부실 부르는 공공 후려치기①]'적자공사' 만행, 10년간 1500개사 도산, 공사비 부당삭감 근절해야

[MT리포트]"목숨까지 위협"… 도 넘은 공사비 후려치기


경기도 구리시새마을회는 지난 4월 구리시 교문동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새마을회관 신축 공사를 발주하면서 부가가치세와 공사 이윤을 포함한 기초가격을 7억1715만원으로 공고했다. 이는 당초 설계금액(13억7500만원)에서 무려 6억6000만원을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주금액을 절반 이하로 후려친 셈이다.

대한건설협회가 원가계산 전문기관에 요청해 분석한 결과 정상적인 발주금액은 14억1000만원. 하지만 발주처는 2년 전 표준품셈을 적용하고 그마저 품셈단가를 추가로 삭감한데다, 일반관리비와 이윤까지 임의 감액해 기초금액을 반값으로 낮춘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집행되는 민간 보조금 사업이어서 지방계약법령에 따라 예정가격을 작성·발주해야 하는데도 버젓이 공사단가 후려치기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지자체에 조사·감독을 요청해 놓았다”며 “정책과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공공사비 후려치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10년간 공공공사를 주로 해온 건설업체 1500곳이 문을 닫았다. 10개 업체 중 4개사가 폐업한 것이다. 이 때문에 4만5000여개의 관련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2005년 5.9%였던 건설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5년 0.6%에 그치며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공공공사 적자는 이미 국내 건설업계의 임계치를 넘어섰다. 건설업체들은 주택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SOC(사회간접투자) 공사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 주택부문이 없는 건설업체는 말그대로 '아사' 직전이다. 공공공사 위주 건설업체 3121개사의 2016년 평균영업이익률은 -24.6%. 공공공사 10건 중 4건이 적자공사다.


공사 발주시 예정가격은 설계가격 기준으로 산정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설계가격의 약 13.5%가 삭감돼 결정되고 있다. 여기에 입찰제도가 경직적으로 운영되다보니 낙찰방식에 따라 최대 23%가 또 삭감된다.

특히 300억원 미만 공사의 낙찰률은 예정가격의 최저 80% 수준으로, 약 17년간 고정됐다. 300억원 이상 공사의 낙찰률도 최대 77%대까지 하락, 덤핑 문제로 폐지된 ‘최저가낙찰제’ 수준에 근접했다. 이렇다보니 수주 전쟁은 커녕, 사업자가 몰려도 시원찮을 공공공사가 수차례 유찰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공주 정부통합전산센터 신축공사는 7차례나 유찰되면서 아직까지 사업자를 정하지도 못했다. 공사를 수주해봐야 적자만 커지니 맡겠다고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는 탓이다. 대지면적 22만3000㎡, 연면적 1만5500㎡ 규모로 2015년 11월 7번째 공고 당시 추정금액은 1105억원.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업체 입장에선 공사 규모 대비 견적이 안나오는 액수”라고 꼬집었다. 대구 정부통합전산센터도 세차례 유찰돼 개원 시기가 수년이나 늦춰졌다.

상황이 이럼에도 중소건설업체 입장에선 공공공사를 안 할 수 없다. 인지도가 낮아 섣불리 주택사업에 뛰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전 공공공사로 인한 적자를 돌려막으려면 울며겨자먹기로 다음 공사를 수주해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이다.

지난 5월 말 22개 건설단체 산하 700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이 대국민 호소대회를 열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에워싼 이유다. 업계는 정부가 적자공사를 강요하고 건설업체는 일손을 놀릴까 두려워 억지로 수주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속히 발주 제도를 개편하고 적정공사비 책정 세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오는 9월 중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방침이지만, 국가계약법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지난해 초 기재부가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개정, 공사기간 연장비용 신청 시 불필요한 규제가 양산되기도 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시공을 위해서라도 불합리한 공공공사 가격 산정기준을 개선하고 낙찰 하한률을 높여 덤핑 방지를 제도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적정 추가 비용을 지급하고 공사비를 부당하게 삭감하는 불공정 관행도 근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희정 기자

건설근로자 죽음으로 내모는 저가 공사 관행
[부실 부르는 공공 후려치기②]최저가 유도하는 공공공사 입찰제도…공기단축·불법 재하청 등이 사고 유발

[MT리포트]"목숨까지 위협"… 도 넘은 공사비 후려치기
#2017년 12월, 완전 개통 두달여를 앞둔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발주처가 시공업체가 준공기일과 공사단가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야간공사를 강행한 것이 사고원인이란 지적이 나왔다.

#2013년 12월, 부산 북항대교와 남항대교를 잇는 접속도로 공사현장에선 철골구조물 붕괴로 근로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사고 원인이 공사비 절감을 위한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에 있다고 지적했다. 발주처가 2014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속도를 높이면서 야간작업이 빈번했고 필요한 안전조치도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1년 9월, 경북 봉화-울진국도 36호선 확장공사 현장에서 터널 붕괴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산지방국도관리청이 발주한 이 공사는 낙찰률(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이 71.3%에 불과해 저가공사가 부실시공을 유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공공사의 저가 공사비 관행이 건설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본전도 못 건지는 낮은 공사비가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고 사고위험도 그만큼 높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은 근로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공사비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2014년부터 2017년 4월까지 준공된 공공공사 129건을 분석한 결과 37.2%인 48건의 ‘준공 실행률’이 적자 기준인 100%를 넘었다. 준공 실행률이란 낙찰가 대비 실제 공사비 비율로, 100%를 넘으면 적자를 의미한다. 공공공사 10건 중 4건은 받은 금액보다 돈을 더 들여 공사한 것이다.

이처럼 적자공사가 빈번한 이유는 저가 공사비를 유도하는 ‘입찰제도’ 탓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공공공사의 시공사 선정시 300억원 미만 공사는 ‘적격심사제’, 300억원 이상 공사는 ‘종합심사제’가 각각 적용된다.

적격심사제는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업체 순으로 공사이행능력을 심사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다. 종합심사제는 가격뿐 아니라 공사수행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두 방식 모두 가격 요소가 낙찰자 선정에 중요하게 작용, 평균 낙찰률이 7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 주장이다.

적은 공사비를 받고도 최대한 이윤을 남기려면 시공사 입장에선 공기를 단축하거나 하도급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야간이나 주말작업이 불가피하지만, 근로자들의 피로 누적과 현장관리 미비 등으로 사고 발생률은 높아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발생한 중대 건설사고는 총 83건. 이중 평일 평균 중대사건 발생건수는 12.8건이었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각각 15건, 4건 등이었다. 근로자 작업참여비율이 토요일 78%, 일요일 23.7% 정도임을 감안하면 주말 사고발생 빈도는 평일보다 1.2~1.4배 높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유발도 문제다. 원도급업체는 하청업체 선정시 최저가 경쟁을 붙이고 낮은 가격에 낙찰받은 하청업체는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불법으로 재하청을 준다. 이 과정에서 공정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은 물론, 저가자재를 사용하거나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건설업계 지적이다.

공사비 현실화는 단순히 건설업체들의 이윤추구 때문만이 아니라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선결과제라는 의견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결국 공사비 문제로 귀결된다"며 "낙찰가율을 높이고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공사비도 추가 반영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사무엘 기자

감사원보다 쎈 기재부?…개선통보에도 '뭉그적'
[부실 부르는 공공 후려치기③]정부정책이 공사비 미지급 부추겨 개선 시급…업계 "발주기관 불공정 관행 뿌리뽑아야" 촉구

[MT리포트]"목숨까지 위협"… 도 넘은 공사비 후려치기
정부기관들이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공사비 현실화를 위해 관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공사 지연은 물론, 발주기관의 귀책사유로 인한 공사기간 연장과 그에 따른 공사비 증액조차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있어 시공업체들의 적자와 고통이 커지고 있다.

공공 발주기관의 이 같은 미온적 대처에 대해 올 초 감사원이 나서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산정과 총 사업비 조정신청 시기를 합리적으로 개정토록 통보했음에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뭉그적거리는 모습이다. 생존 위기에 놓인 중소건설업체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러는 사이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건설업체들은 부도위기로 내몰리고 있고 협력업체들과 공사 참여 근로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2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공공공사에 참여한 건설업체 61.6%가 발주자의 귀책사유로 공사기간이 늘어났음에도 이로 인한 추가비용을 받지 못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증액된 공사비용을 아예 청구조차 못했다는 건설업체가 43.8%였고 청구 후에도 비용을 정산받지 못한 업체는 64.6%에 달했다.

공사를 계속 수주해야 하는 건설업체들로선 발주기관에 추가비용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울며겨자먹기로 손실을 떠안는 경우가 그만큼 많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 대구 달성군)에 따르면 2017년 10월 기준으로 공사기간이 늘어났음에도 해당 공공공사 발주기관이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진행 중인 소송은 179건, 청구금액만 6100억원에 달한다. 소송 대상 발주기관만 24개사다.

이는 기재부가 2016년 12월 30일 국가계약법 계약 예규를 개정,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사유를 ‘발주기관 귀책사유’로 한정한 데 따른 부작용이란 게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으로 인한 공사기간 연장시 시공사가 추가로 부담하는 금액을 정당하게 청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 관리지침’도 중소건설업체들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꼽힌다. 기재부는 2017년 1월 1일 해당 지침 개정을 통해 공사기간 연장 비용 신청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신청시기도 준공일 직전연도 5월 31일까지만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이 올 3월 공사비 부당삭감과 추가공사 비용전가 등 발주기관의 불공정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 기재부에 제도 개선을 통보했지만 아직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최근 감사원 지적사항 가운데 공사기간 연장 비용 신청횟수 제한을 폐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비용 신청시기에 대해선 예산 책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난색을 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과 업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당장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제도 개선을 해나가고 있다”면서도 “워낙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공사들인데다, 예산 추정과 반영 문제 등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공공공사 계약시 업체의 귀책사유없이 계약기간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추가 소요비용을 금액 조정 시 반영토록 법제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총사업비 관리지침도 신청횟수, 신청시기 제한을 삭제하고 공사비 증액을 조정할 때도 일반관리비, 이윤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발주기관의 불공정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도록 기재부는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희은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