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분배의 '적정선'에 대한 논의는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 사회에 '성장 또는 분배' 라는 양자 택일을 강요하는 모습이다. 15년전, 참여정부가 '분배와 평등'을 중심으로 한 복지정책을 경제 성장전략으로 내세웠지만 진보대 보수의 프레임에 갇혀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과 비슷한 데자뷔다.
참여정부는 '시장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구호로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시도했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급격히 우리 경제구조는 국가 주도의 시장경제형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대량 실직과 중소기업의 파산, 대규모 공적자금 투여 등이 이뤄졌다. 그리고 분배와 복지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뒤로 미뤄졌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임기 후반에 나왔다. 2006년 발표한 사회정책 국가전략보고서 '비젼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복지지출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22%대로 끌어 올린다는 정책목표를 내걸었다. 참여정부 당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4%대를 유지하면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사회지출비 비중은 5.7%로 매우 낮았다.
그러나 막대한 세금과 이해 당사자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복지확대정책은 번번이 '이념 논쟁'에 부딪혔다. 결국 참여정부는 복지정책을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실행하지 못한 채 정권을 넘겨줬다. 일각에선 복지의 후퇴가 시작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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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시행착오를 목도한 문재인 정부는 '바람직한 경제 질서수립'를 내걸고 집권 초기부터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라는 세 개의 톱니 바퀴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소득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고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게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란 주장에서다.
문 대통령은 그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복지를 통해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거기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건 1차 시장소득의 배분에서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줄이고 분배를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 등은 문 대통령 성장 정책에 역시 이분법 프레임을 들이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성장 vs 분배'의 양자택일 프레임 전쟁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경제가 중요하다'의 주장 이면에는 '분배보다 성장이 중요하다'는 논리가, 그리고 그 수면 아래는 필연적으로 임금을 두고 대립하는 노동자와 기업의 대결에서 '기업 편을 들겠다'는 속내가 숨어있다"고 분석했다. 보수 야당이 '성장=경제'라고 정치 담론을 선점해 분배는 경제가 아닌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