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너지 전환과 동북아 슈퍼그리드

머니투데이 이상준 국민대 유라시아학 교수 겸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 2018.07.20 08:28
글자크기
에너지 정책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는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침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협력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국가들을 하나의 초광역 전력망으로 묶는 사업이다. 몽골 고비사막의 태양광·풍력, 시베리아의 수력·천연가스를 활용해 전기를 대용량으로 생산하고 이를 장거리 송전에 유리한 고압직류(HVDC) 송정방식의 육상 선로와 해저 케이블로 한·중·일·러 등 동북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우리와 경쟁하는 유럽과 북미 지역은 이미 국가 간 대용량 전력망을 연결하는 슈퍼그리드를 통해 독립계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10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도 전력망 연결을 추진하고 하고 있다. 슈퍼그리드가 활발하게 추진되는 것은 국가마다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의 분포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력연결이 필요하다.

동북아 국가 간 전력 사용 피크 타임의 시차는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전력가격 차이는 경제성을 보장할 수 있다. 더욱이 단순히 전력 수출을 위한 계통연계가 아닌 동북아 지역의 풍부한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그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서 에너지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에너지 전환이라는 세계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러시아 역시 극동개발 모델로서 에너지 수퍼링 구상을 내놓았다. 최근 중국과 북한 역시 주변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작년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부와 전력사간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 문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시에는 ‘한·러 전력망 연결 공동연구 MOU’도 체결됐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이후 대북송전 및 전력협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이러한 구상이 실현될 경우 우리나라는 ‘계통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허브 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둘러싸고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상당기간 우리나라 전체 전력과 비교시 국내 계통에 영향을 주지않는 규모에서 전력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리스크는 크지 않다.


또 한·중, 남·북·러 전력망이 연결되면 일본의 참여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일본 동북지역으로 이어지는 러·일 계통연계 보다는 전력 수요가 많은 일본 관서지역과 연결될 수 있는 한반도 남쪽과 전력망 연계가 더 경제적일 것이다. 물론 남·북러 전력망 연계가 진행되면 러시아 극동에서 일본으로 수출될 수 있는 여유전력은 크지 않다는 점도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국이 아니라 수출국도 될 수 있다.

동북아시아 슈퍼그리드 협력은 국가간 긴장 완화와 녹색성장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에너지 전환과 동시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개발로 이어진다면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의 중대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적극적인 참여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준 국민대 유라시아학 교수 겸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이상준 국민대 유라시아학 교수 겸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