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국제유가 급락 리스크

머니투데이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18.07.19 04:47
글자크기
[MT시평]국제유가 급락 리스크


신흥국 경제불안,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심화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안감이 다소 높아지고 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수정되는 가운데 국제유가의 향방이 주목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6월22일 열린 총회에서 감산정책을 완화해 석유공급량을 하루 100만배럴 늘리기로 했으나 이것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줄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OPEC의 이번 합의는 증산규모의 한계와 함께 산유국별로 증산 할당량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취약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트럼프정부는 국제유가 안정화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올 2분기 기준 1갤런(3.78 리터)에 2.9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8%나 상승했고 휴가철을 맞은 미국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에 증산을 요청하는가 하면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고려 중이란 보도까지 나오자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급락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전략비축유는 전쟁 등 극심한 수급 차질이 발생할 때 사용하는 것인 데다 이러한 초강수는 증산 협조를 구해야 할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 등 산유국을 자극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를 방출할지는 불확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국제석유 시장에도 파장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해도 미국이 우려할 정도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것은 석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올 하반기에 공급부족 현상이 멈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란 석유 수출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이러한 전망을 불확실하게 한다. 이란의 석유 수출량 감소분을 기타 OPEC이 증산으로 충분히 보충하지 못하면 공급부족 현상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경기 둔화로 점차 석유 수요도 둔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2019년 이후에는 석유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 사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수요 증가세 진정, 미국 셰일오일의 지속적인 증산 등에 힘입어 2019년에는 공급과잉 상황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한 국제석유 시장의 수급 상황에 따라 미국 정부가 동맹국의 이란 석유 수입 제한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다만 구조적으로 보면 산유국들의 석유공급능력 확대 투자 부진에 따른 영향이 우려된다. OPEC의 여유생산 능력(Spare Capacity)은 2018년 5월 기준으로 하루 342만배럴로 세계 수요의 3.5% 수준에 불과하며 OPEC이 계속 증산을 감행해 이 여유생산능력이 고갈된다면 그만큼 국제 석유시장은 돌발적인 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편 미중 통상마찰을 주도하는 미국정부는 미국 및 세계 경기의 급락을 초래할 정도의 충격을 가하는 것은 자제한다고는 할 수 있으나 세계 경제의 복잡한 구조를 고려하면 의도하지 않게 미국 및 세계 경제에 파국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락할 리스크도 있다. 이상을 고려하면 하반기 국제유가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미국 정부의 돌출행동 등도 겹쳐 급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