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앞서 법무부는 지난 5월11일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개정해 같은달 28일부터 시행했다.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해당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 무고죄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이다. 성범죄 가해자들이 무고·명예훼손을 내세워 으름장을 놓고,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침묵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취지였다.
성범죄 무고 피해자만 다른 무고 범죄 피해자들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한다는 것. 특히 성범죄는 다른 일반 범죄에 비해 객관적 증거보다 피해자 진술 의존도가 커 무고 가능성도 높다는 입장이었다.
검찰 수사매뉴얼이 법령상 규정이 아닌, 내부 업무지침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심판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헌법재판소 전경./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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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에 대해 정씨측 법률대리인인 이상목 변호사는 "(수사매뉴얼) 지침은 기준에 불과해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긴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검찰 성폭력 수사매뉴얼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여전히 분분해 여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찬성 측은 성범죄 피해자들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수사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인권단체 한 관계자는 "성범죄를 저질러 놓고 피해자를 협박하는 수단으로 명예훼손과 무고가 남발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선(先) 성범죄 수사, 후(後) 무고죄 수사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은 무고 피해자에 대한 고려를 전혀 안한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검찰청 수사매뉴얼 개정안이 위헌이라며 이를 중단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피의자가 억울하게 무고를 당한 경우라면 피의자의 법적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7일 기준 21만7143명이 참여해 청와대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이를 절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궁극적으로는 검찰 수사매뉴얼대로 가능한 게 타당하지만, 만취 상태 성범죄 등은 당사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억울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누가 봐도 명백한 흔적이 있는 성범죄는 매뉴얼대로 가는 게 맞지만, 당사자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는 시스템이 안착될 때까지 성폭력·무고 수사에 순서를 두지 않고 가는 절충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