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문어발→선택과 집중→이번 '新산업'은?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8.07.15 17:30
글자크기

[최정우號 포스코의 미래]②재무통으로 효율성 중시할 듯-소재·인프라 육성 중책

편집자주 창사 50주년을 맞은 '국민기업' 포스코가 변화를 선택했다. 재계 서열 6위 그룹을 이끌어왔던 주류의 교체다. 비(非)엔지니어, 비서울대 출신 최정우 회장의 선택은 정치권의 외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화인 동시에 도전이다.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창업이념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그의 앞에 놓인 과제다.

[MT리포트]문어발→선택과 집중→이번 '新산업'은?


"철강 공급과잉, 무역규제 심화 등 철강업계 전체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비(非)철강 그룹사업에서도 획기적인 도약이 시급한 상황에 있다."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최정우 회장 후보를 선택한 주된 이유 중 하나다. 포스코가 철강 생산과 판매에 국한하지 않고 그룹 전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이 절실하다.



포스코의 비철강 분야 사업 확대는 오래된 숙제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포스코의 터전을 닦았고 뒤이은 회장들은 철강 사업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었다. 철강 본업을 중시하는 것이 포스코의 숙명이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사업 다각화의 목소리가 커졌다. 2009년 취임한 정준양 전 회장부터 비철강 분야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다.

정 전 회장은 신성장동력을 강조하면서 비철강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적극 진행했다. 2009년 36개였던 포스코 계열사는 2012년 말 70개까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까지 겹치면서 포스코의 빚은 2012년 말 18조5033억원까지 늘었다. 2009년 말보다 6배에 달하는 규모다.



2014년 3월 취임한 권오준 회장은 미래신성장 동력 육성에 단서를 달았다. '선택과 집중'이다. 새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전임 회장의 공격적인 '몸집 불리기'를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권 회장 취임 이후 150여 건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한때 71개였던 국내 계열사는 38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해외 계열사도 181개에서 124개로 감소했다. 그러면서도 권 회장은 미래 첨단산업에 필수 소재인 리튬, 니켈 등의 개발에 힘을 쏟았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출신인 권 회장은 독자적인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튬 사업이 과거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 사업과 연관된다는 비판에도 권 회장은 기술력을 주목했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창립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포스코가 지난 6~7년간 리튬에 투자해 지금까지는 연구개발 단계였다"면서 "지금은 리튬 추출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포스코그룹 이익의 80%는 여전히 철강 관련 분야에서 나온다. 철강만 가지고는 국내외적으로 더는 쉽게 성장하기 쉽지 않다. 비엔지니어 출신이지만 재무통인 최 회장 후보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최 회장 후보가 철저한 경영관리를 바탕으로 기존 비철강 분야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본다. '효율성'을 중요 지표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포스코 안팎의 전망이다. 포스코는 앞으로 50년 뒤 철강 외 다른 사업 분야 매출을 6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프라 사업에서 40%, 신성장 사업에서 20%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비철강 분야에서 포스코가 걸음마 단계이지만 2차 전지 소재산업이 대표적 신성장 분야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수익을 늘릴 수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양극재(리튬 포함),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리튬, 양극재, 음극재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ESM은 연간 7000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해 국내외 주요 배터리사에 납품하고 있다. 포스코는 또 2020년까지 연산 3만톤 규모의 리튬 공장을 광양 양극재 공장 인근에 건설하고, 2만톤 규모의 니켈 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포스코켐텍은 2011년 독자기술을 적용해 음극재 양산에 성공했다. 올해 8·9호기 증설이 완료되면 연산 2만4000톤 체제를 갖추게 된다. 포스코켐텍에서 리튬 개발을 지휘했던 최 내정자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다. 리튬도 포스코가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포스코는 남미, 호주 등에서 리튬이 함유된 염수 및 광석 확보를 위한 사업 개발에 적극 참여해 안정적인 원료 기반을 확보·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역대 산업혁명을 이끈 소재가 철강이라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할수록 신소재의 중요성이 커진다"면서 "리튬과 니켈, 마그네슘 등 각종 신소재 사업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에서 근무한 최 회장 후보의 경력은 인프라 사업 진행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대우를 통한 트레이딩 사업과 건설·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 사업 등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포스코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 회장 후보가 철강 이외의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았다"면서 "무리한 확장 없이 포스코 그룹의 변신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