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안오면 인공 눈이라도…여성계 "탁현민 퇴출"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8.07.1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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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탁현민 일부승소 판결, 미투운동에 찬물 끼얹어"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은 1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와 사법부를 규탄했다. /사진=이영민 기자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은 1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와 사법부를 규탄했다. /사진=이영민 기자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여성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자 여성단체가 청와대와 사법부를 규탄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은 1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와 사법부를 규탄했다.



이진옥 여세연 대표는 "이번 판결은 고위 공직자가 명백한 성폭력을 성문화로 낭만화한 내용을 출판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또다시 억압하고 성평등으로 향하는 여정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오매(활동명)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번 판결은 사회가 1000배 역행하는 결과를 나을 것"이라며 "정부와 사법부가 성폭력 범죄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세아 여성신문 기자도 "국정 철학을 전달하는 자리에 있는 공직자에게 젠더 감수성은 필수"라며 "자기 발언을 성찰하지 않은 인사는 공직자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를 침묵하게 할 수 있다는 점, 미투운동이 일어난 사회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 언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부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발언 중간중간 "탁현민을 퇴출하라", "성평등 여정에 찬물 끼얹는 판결 규탄한다", "탁현민 비호하는 청와대는 성평등 쇼를 멈춰라" 등 구호를 외쳤다.


시위 참가자들은 청와대 로고가 그려진 현수막에 인공눈을 뿌리는 시위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탁 행정관의 사의를 반려하며 "첫눈 오는 날 놔주겠다"고 말한 것을 비꼬는 퍼포먼스다.

탁 행정관은 지난해 7월 '여성신문'에 실린 기고 글 '내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이다'가 허위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3000만원 배상을 청구했다.

문제의 글은 한 여성이 탁 행정관의 저술 내용 때문에 과거 성폭행 당한 상처가 떠올랐다며 사과를 요구한 내용이었다.

탁 행정관은 "마치 내가 성폭행범인 것처럼 오해될 수 있는 기사를 게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여성신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이달 10일 "여성신문은 탁 행정관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이 기사의 제목은 기고자가 바로 원고와 첫 경험을 가진 여학생인 것처럼 적시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의 기사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판사는 탁씨에 대해서도 "원고가 양성평등 측면에서 적절하지 못한 허위 내용을 마치 사실인 양 포장해 책자 형태로 발간함으로써 비판을 자초한 것이, 일반 독자가 기고문을 작성하고 게재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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