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펀드 시장에 짙은 먹구름…국내외 펀드 대부분 손실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8.07.13 04:00
글자크기

국내 주식형펀드 상반기 수익률 -6.45% 기록 …해외 펀드는 -3.3%, 브라질 펀드 -16%로 낙폭 최대

상반기, 펀드 시장에 짙은 먹구름…국내외 펀드 대부분 손실


올 상반기 세계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외 주식형 펀드 시장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발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된 탓이다.

특히 지난해 높은 수익률로 자금을 끌어모았던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 주식시장이 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해 고점에서 자금을 넣었던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다.



◇빨간불 국내 펀드…'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선방 = 증시 약세는 국내도 피해갈 수 없었다. 오히려 대외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 탓에 해외에서 악재가 터질 때마다 코스피 지수가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코스피는 지난 11일 기준 2280.62로 연초 이후(2479.65) 8% 넘게 하락했다. 지난해 줄곧 상승 한데다 남북정상회담 호재로 올 상반기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은 무참히 깨졌다.



주가 하락 영향으로 올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손실률은 -6.45%(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를 기록했다. 지난 한해 얻은 수익(20.67%)의 3분의 1 이상을 상반기에 까먹은 셈이다. 유형별로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액티브 펀드(-5.3%)가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7.3%)보다 양호했지만 모두 마이너스는 면치 못했다는 평가다.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됐던 지난해 11월 이후 올 3월까지 5개월간 2조 원 가까운 자금이 순유입됐지만 국내 증시가 주춤했던 4월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ETF 제외)에서 자금이 유출세로 돌아섰다. 다행히 6월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868억원이 들어와 올 상반기에 국내 주식형 펀드는 1조원 이상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그나마 현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중소기업·벤처기업을 담은 펀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중소형주 펀드'는 -3.47%로 상반기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지만 대형주 위주의 일반 주식형 펀드(-5.81%)와 비교하면 나름 선방했다.


개별 펀드로는 'KB중소형주포커스자'가 올 상반기에 6.56%의 성과를 기록,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이어 '동양중소형고배당'(4.78%) '한국투자중소성장'(3.76%) 등이 올 상반기 수익률 상위 펀드를 차지했다. 다만 이들 펀드는 좋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차익 실현성 환매가 이어져 설정액 감소 상위에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물론 '한화코리아레전드중소형주(-9.42%) '신영마라톤중소형주'(-7.82%), '삼성중소형FOCUS자1'(-6.13%) 등 손실을 본 중소형 펀드도 적지 않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는 5월까지 코스닥 및 중소형주 강세로 우수한 성과를 보였고 코스닥 시장 활성화 등 정부 정책 영향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6월 이후 시장의 급격한 조정으로 일부 펀드 수익률이 급락, 상반기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믿었던 신흥국 주식형 펀드…6개월 만에 급락 = 해외 주식형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비해 손실이 덜 했지만 국가별로는 편차가 컸다.

해외주식형 펀드의 상반기 평균 수익률은 -3.3%다. 국가별로는 브라질(-16.23%), 인도(-8.54%), 베트남(-4.18%) 등 지난해 해외주식형 펀드 비과세 혜택과 함께 자금을 끌어모았던 신흥국 펀드가 크게 부진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펀더멘탈 악화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이탈, 환율 약세, 정치 불안 등으로 주가가 하락한 탓이다.

지난해 34.74%의 수익률을 올렸던 중국 펀드 역시 미국과의 무역 갈등 등 각종 악재로 올 상반기에 -7.49%라는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중국 펀드에서 자금 유출도 빨라지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펀드에는 1447억원이 들어왔지만 무역 분쟁이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자금 유출이 본격화되더니 이달에만 1380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지난해 34.54%의 성과를 기록한 베트남 펀드에도 올 상반기에만 8821억원이 순유입됐지만 지난달부터 유입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반면 미국은 2.79%로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은 헬스케어, IT주 강세로 관련 펀드인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 글로벌 테크펀드, 4차 산업혁명 펀드 등이 성과가 좋았다. 덕분에 4차 산업혁명이나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테크주 관련 펀드로 자금이 유입, 이들 펀드에는 올 들어 6916억원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미국·테크업종 관련 산업이 여전히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시작됐는데 무역분쟁이 미국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전쟁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들이 누릴 수 있게 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