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물건 어딨는지 저도 모릅니다", '삐에로 쑈핑' 직접 가보니…

머니투데이 이상봉 기자 2018.07.1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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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의 '삐에로 쑈핑'이 지난 10일 개장 11일 만에 누적 방문객 1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처음 생긴 '만물잡화점'에 시민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의 관심까지 받고 있다. 평소 잡다한 물건을 좋아하는 기자가 현장에 직접 가봤다.

삐에로 쑈핑은 삼성동 코엑스 지하 1층에 위치해 있다. 코엑스 건물 바닥과 천장에 설치된 안내 문구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매장 첫인상은 빨강과 노랑의 색 조합에 화려하고 강렬했으며, 만화영화 캐릭터의 목소리는 친근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쉽게 다가올 수 있게 'B급 감성'으로 꾸민 것이다. 평일 오후임에도 매장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장면1.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 유니폼, 폼이 아녔다
과자·공구·술·피규어·명품 등 약 4만 개의 상품이 있는 '삐에로 쑈핑'/사진=이상봉 기자 과자·공구·술·피규어·명품 등 약 4만 개의 상품이 있는 '삐에로 쑈핑'/사진=이상봉 기자


입구를 통해 들어가자 매장 안은 물건으로 빼곡했다. 직원에게 "OO사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라고 물었다. 일하고 있던 직원은 "제 유니폼 한번 봐주시겠어요? 저도 잘 모릅니다 (하하)"라고 답했다. 유니폼에는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 '식품·가전·뷰티·헬스·세제·의류·성인·바디' 등이 적혀있었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삐에로 쑈핑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했다.

고객들은 직원이 입은 유니폼이 신기한 듯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 직원은 "고객들이 (물건이) 어디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진 않다"며 "유니폼에 적힌 문구를 보고 웃어넘기거나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지하 1층을 둘러보다가 맘에 드는 물건을 발견한 뒤 '이따 다시 사야지'하며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그 뒤로 물건을 다시 찾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삐에로 쑈핑에서는 '지금 보이는 게 마음에 들면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장면2. "삐에로 쑈핑에서 쇼핑 어때요?" 직접 물어보니…

삐에로 쑈핑 전경/사진=이상봉 기자삐에로 쑈핑 전경/사진=이상봉 기자
약 4만개 이상의 상품은 쇼핑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어 돈키호테에서 샀던 물건이다', '헉 명품도 팔아?', '성인용품 코너도 있네' 등 고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살 것만 사고 나가려 했던 기자도 쇼핑을 하다보니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삐에로 쑈핑을 이용한 고객들의 의견은 어떨까. 가까운 일본으로 자주 여행을 다닌다는 대학생 이민정씨(22)는 "돈키호테를 이용하기 위해 일본으로 자주 여행을 갔었지만 이젠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 곳이 생겼다"며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인지 확 와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량의 물건과 수많은 인파에 비해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김정민씨(31)는 "새로운 공간이 생겨서 좋지만 물건이 너무 많고 배치가 뒤죽박죽이라 정신이 없다"며 "1시간 가량 쇼핑하고 나왔는데 기가 빨린 느낌이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쇼핑해본 결과, 볼거리는 많았지만 편리하고 효율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물건들은 연관성 없이 배치가 돼있었고 진열된 사이 간격은 한 명이 간신히 지나다닐 정도로 좁았다. 연신 '죄송합니다 잠깐 지나가겠습니다'를 외친 기억이 떠올랐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로를 탐험하고 발품 팔아서 보물을 찾는 콘셉트를 생각했다"며 "물건 사이의 간격이 좁은 것도 미로의 좁은 통로를 표현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중으로 동대문에 2호점을 개장할 계획"이라며 "2호점 역시 방문 코스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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