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예쁘게(?) 볼 수 없는 기업 총수의 딸사랑법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8.07.11 04:05
글자크기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그저 아끼고 사랑하기만 해선 안된다."

최근 읽은 책(중국 3000년 명문가의 자녀교육법)에서 알게 된 중국 청나라 때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정섭이 24살이나 어린 동생 정묵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쉰둘에 얻은 자식을 동생에게 맡기고 외지에 나가 있을 때 "자식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해야 한다"며 적어둔 게 후세에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를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 그룹(한진) 총수의 둘째 딸의 갑질 사태로 큰 물의를 빚고 있는 대한항공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7살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선 등골이 서늘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왜곡(?)된 자식 사랑 논란은 한진그룹의 경쟁사인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번져가는 분위기다. 박삼구 회장이 외동딸인 박세진씨를 지난 1일자로 그룹 계열사인 금호리조트로 발령을 내면서 임원(상무)으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그룹에선 "호텔 경영과 조리, 요식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아나(ANA) 호텔 도쿄에서 근무한 게 실무 경력의 전부다.



박 상무에 대한 금수저·낙하산 논란이 확산되자 박 회장은 "그룹의 큰 위치도 아니고, 매출 등 중요도가 적어 훈련하고 인생·사회·경영 공부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딸이지만 부족하고 지탄받고 인정 못받으면 결코 용납하거나 좌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여식이지만 나이(1978년생)도 그렇고 영원히 사회생활을 안한다면 맞지 않다"며 "예쁘게 봐달라"고 말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대한항공 (20,950원 ▼100 -0.48%) 사태가 진행 중인데다 대표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 (10,980원 ▲10 +0.09%)의 기내식 파문으로 그룹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 회장도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아름다운 기업'하겠다고 할 때 지탄을 받지 않을 기업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이지 않았나.

앞서 정섭이 동생에게 남긴 충고는 그래서 곱씹어볼 만하다.


"자식 사랑도 정도에 맞아야 한다. 놀 때라도 충직하고 넉넉한 마음을 갖도록 가르쳐야 하며, 남을 가엾게 여기고 각박하게 굴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공부해서 과거에 급제하고 관리가 되는 것은 작은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치를 제대로 아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보세]예쁘게(?) 볼 수 없는 기업 총수의 딸사랑법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