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잡화점 '돈키호테'는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한 일본 기업이다. 1989년 1호점을 선보인 후 29년간 매출 성장세가 꺾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저렴한 덤핑상품을 구해 할인판매, 야간영업, 압축진열하는 것이 돈키호테의 특징이다. 지난해말 기준 일본 전역에 368개 매장이 있다. 매출은 8288억엔(8조420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도 최근 돈키호테를 표방한 유통채널이 등장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운영하는 '삐에로쑈핑'으로 서울 강남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1호점이 들어섰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시장을 조사하던 정용진 부회장이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B급 감성 만물 잡화상'을 신사업으로 추진한다고 알려져 더 화제가 됐다. 대놓고 베꼈다고 하니 현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없다.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방문객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블로그 등에 정보를 공유하면서 입소문이 났고,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
실제 매장 구성이나 진열도 파격적이다. 주방용품 옆에 화장품, 그 옆에 전자제품이 있다. 고객이 보물찾기 하듯 원하는 물건을 찾아야 한다. 국내에선 다소 금기시 돼 있는 성인용품을 자연스럽게 들여놨고, 요즘 어딜 가나 죄인(?) 취급받는 흡연자들에게 널찍한 흡연공간을 내 준 것도 역발상이다.
돈키호테를 기본 포맷으로 국내 시장 상황을 반영해 재탄생한 이곳에는 방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에는 쇼핑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입장 제한이 불가피할 정도로 인기다. 신세계의 새로운 도전은 모바일·온라인 등에 밀려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제 오프라인은 끝났다", "매장에 손님이 안 온다" 등 업계의 자조적인 분석을 완전히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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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에 사로잡힌 경쟁 유통사들이 삐에로쑈핑 오픈 당일 이 현장에 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후문이다. 같은 사업장을 둘러본 이들이 각각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 한가지는 분명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일본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인기 유통채널을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실 자체가 즐겁다는 것이다.
송지유 산업2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