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도 몰랐던 구강암…"CT엔 이미 찍혔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8.07.0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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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1>영상판독] ①증상 없지만 조기발견도 쉬워

편집자주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첫 번째로 네트워크 치과 플랫폼 전문기업 ‘메디파트너’와 함께 발생 빈도는 높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 부담이 큰 치과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하악 오른쪽 감각저하를 이유로 내원한 골육종 환자의 영상/사진제공=메디파트너하악 오른쪽 감각저하를 이유로 내원한 골육종 환자의 영상/사진제공=메디파트너


치과의사도 몰랐던 구강암…"CT엔 이미 찍혔다"
#사례1. 오른쪽 아래 어금니 잇몸이 부어 동네 치과병원을 찾은 A씨(57)는 염증으로 진단받고 항생제를 먹었다. 하지만 40여일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답답함에 대학병원에 가서 CT(컴퓨터 단층촬영)영상을 찍었다. 대학병원에서는 A씨의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굉장히 위험한 골육종이었다. 골육종은 뼈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암)으로 한 달 사이에도 굉장히 빠르게 악화하는 점이 특징이다. 처음 치과를 찾았을 때 치료만 받았어도 생명에 지장 없이 회복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의의 소견이다.

#사례2. 치과병원에서 신경치료를 받던 B씨(49)는 통증의 원인이 심한 염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으로 전원됐다. 하지만 단순 염증이 아닌 윗니 주변 뼈가 다 녹아 위턱뼈(상악골)가 아예 없는 전형적인 암환자였다. 처음부터 신경치료가 아닌 수술을 받아야 했던 것. 다행히 서서히 진행되는 암이라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예후(5년 내 생존율)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조기발견이 가능한 구강암이 좀처럼 줄지 않고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인지가 부족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게 영상판독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5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자료인 2015년 암 발생자 수는 총 21만4701명이며 치과 관련 암종(혀·구강·주침샘·입인두·비인두)은 2406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구강암 환자가 654명으로 10년 전인 2005년 413명에서 58% 증가했다. 통계상으로는 구강암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초기에 느끼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허민석 서울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는 “특히 양성 암의 경우 환자가 느끼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좀 부었다는 느낌으로 치과를 찾아오면 이미 암이 뼈를 다 녹여버렸거나 물혹이 커진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10년 전 서울대치과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C씨는 당시 1㎝의 낭성병소(물혹)가 발견됐으나 환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진단결과를 듣지도 않은 채 다시 병원에 오지 않았단다. 이후 환자는 동네 병원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하다 이상소견을 듣고 10년 만에 다시 서울대치과병원에 왔는데 그 낭성병소는 이미 3㎝로 커져 있었다.

디자인= 김현정 디자이너디자인= 김현정 디자이너
이같이 구강 관련 질환은 발견 전까지 환자가 거의 증상을 느끼지 못해 자각이 어려운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또다른 특징이다. 다른 장기에 발생하는 질환과 달리 치과에서 주로 쓰는 CT와 파노라마영상으로도 구강암 등의 판독이 가능하다.


특히 현재 치과병원의 촬영기와 종합병원의 촬영기에 큰 차이가 없어 치과병원에서 찍은 영상만으로도 판독할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구강암 진단을 위해 큰 병원으로 가서 CT를 다시 촬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듯 CT를 포함한 구강검진만 해도 구강암을 조기발견할 수 있다. 특히 구강암이 40대 이후 흡연자를 중심으로 발병하는 것을 감안하면 40~50대부터 구강검진을 반드시 받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영상을 판독할 수 있는 전문의가 거의 없다는 점은 또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치과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CT영상을 촬영하지만 판독이 안돼 암환자인데도 임플란트 시술, 신경치료 등을 그대로 받기 때문이다.

정호걸 전 연세대치과대학병원 영상치의학과 임상교수는 “영상판독이 가능한 전문의는 국내 100명밖에 없다”며 “이중 50여명이 대학교수기 때문에 전국 치과 개업의 중 영상판독이 가능한 전문의도 50명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CT 및 파노라마영상 촬영 후 반드시 영상을 판독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암환자 등 특이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100명당 1명 정도로 추정된다. 환자의 부담은 전혀 없다. 호주는 사회보험제도에 따라 공립병원에서 영상촬영 및 판독 등의 비용이 모두 무료다.

오른쪽 하악부위(사진 왼쪽)를 완전히 제거하고 골이식을 통해 재건한 영상/사진제공=메디파트너오른쪽 하악부위(사진 왼쪽)를 완전히 제거하고 골이식을 통해 재건한 영상/사진제공=메디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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