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추진…사업자가 알아서 자산배분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김훈남 기자 2018.06.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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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별도 지시 없으면 미리 정한 포트폴리오로 자산배분…예·적금 쏠림 구조개선, 연구용역 나서

[단독]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추진…사업자가 알아서 자산배분


정부가 연 1%대에 불과한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제도 개선에 나선다. 특히 가입자의 별도 지시가 없으면 사업자가 퇴직연금 자산을 알아서 굴려주는 '디폴트 옵션' 제도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 90% 이상을 은행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치중한 현행 퇴직연금 운용의 문제점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퇴직연금 자산운용규제 개선방안' 연구용역 발주를 위해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금융위는 접수된 제안서를 토대로 이달 말 연구용역 기관을 정한 뒤 9월 말 보고서 결과를 보고 퇴직연금의 수익률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개선안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용역의 주요 주제로 디폴트 옵션 도입 여부가 포함됐다. 디폴트 옵션이란 고객이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자산운용사가 미리 합의한 조건(디폴트 옵션)에 따라 자동으로 운용하는 걸 말한다.



퇴직연금의 경우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면 사업자가 가입자의 투자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적용해 사전에 정한 조건에 따라 연금 자산을 알아서 운용해 준다. 미국 등 퇴직연금 선진 시장에선 보편화된 제도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의 퇴직연금 성과에 무신경한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원금만 까먹지 말자는 보신주의 탓에 원리금 보장상품 가입을 유도하거나 생애주기별 자산배분을 실시하지 않는 등 운용을 사실상 방치하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과거엔 대부분 채권에만 투자했으나 주식과 대체투자를 확대해 온 노력 덕분에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퇴직연금 역시 지금의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저수익이 고착화될 수 있어 디폴트 옵션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 사안인 만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동의를 얻고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디폴트 옵션 도입시 자동으로 자산배분을 실시한 과정에서 손실 발생시 퇴직연금사업자가 책임을 떠안지 않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면책 사유를 주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상품이 낯선 가입자에게 선택권을 많이 주는 게 금융회사에 면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오히려 디폴트 옵션을 통해 퇴직연금에 무신경한 근로자를 방치하지 않고 권한을 위임 받아서라도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실시하는 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TDF(타깃데이트펀드) 투자 확대,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 편입 허용, 원리금보장상품에 저축은행 예·적금 포함 등을 담은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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