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자, 한반도 비핵화 보다 지배구조 개선에 관심"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18.06.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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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미국 10개 도시 돌며 기관투자자들 만나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세센터장 /사진제공=대신증권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세센터장 /사진제공=대신증권


"지금처럼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질문이 훨씬 많았어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12일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을 서울 대신증권 명동 사옥에서 만났다. 김 센터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8일에 거쳐 미국 10개 도시를 돌면서 기관투자자들과 총 24건의 미팅을 가졌다.



미국 브로커리지 파트너사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이번 미팅 자리에는 예전과 달리 기관투자 실무 담당자가 아닌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석한 경우도 많아 한국에 대한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고 경제 개방을 하면 한국 시장은 남북 긴장 해소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일정 해소는 물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프리미엄까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투자자들의 주된 관심은 남북경협 보다는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게 김 센터장의 이야기다.



김 센터장은 "대부분의 미국 기관투자자들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긍정적이더라도 실제 비핵화와 경제 개방까지 불확실성이 크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상보다는 관련 질문이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한국의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낮은 배당 성향의 개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2년 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와 달리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강하고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는 것에 투자자들은 놀라워했다"며 "한국 기업이 오너의 경영권 유지만을 위한 의사결정이 아닌 효율적인 경영 판단이 가능한 구조로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체계적으로 의사표현을 하고 주주로서 적극 목소리를 내는 방향성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했다.

김 센터장이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끼인 한국의 샌드위치 경제구조와 경기 민감 산업의 편중, 낮은 기업 효율(지배구조), 낮은 배당성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다.

그는 글로벌 대비 한국 PER(주가수익비율)의 괴리율 즉 디스카운트는 47.7%인데 이 중 낮은 기업효율(지배구조, 12.7%), 낮은 배당성향(10.2%)만 개선돼도 전체 디스카운트 중 22.9%포인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센터장은 남북경협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현대건설 (35,250원 ▼150 -0.42%)의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것은 득실을 따지기보다는 일종의 투기적 성향이 강하다"며 "실제로 북한에서 한국의 소비재를 수입하고, 철도가 놓이는 것을 지켜 본 뒤에 계산기를 두들기고 투자를 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또 건설·철도업 보다는 식음료, 생활품, 의약품, 화장품 등 소비재 관련 종목이 좀더 빠르게 수혜를 볼 것으로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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