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내리는데 은행 전세대출 '급증'…부실 '우려'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2018.06.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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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 문제 발생…차입금 상환 실패땐 타여신으로 부실 전이 가능성"

전셋값 내리는데 은행 전세대출 '급증'…부실 '우려'


올들어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과 가계 대출을 잡기 위해 주택 구매용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규제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전세자금 대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53조6844억원으로 올들어 5개월동안에만 7조9918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증가액 11조6390억원의 69%에 해당되는 규모다.



5대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은 지난해 8월부터 매달 꾸준히 1조원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2조1210억원 급증했다. 이후에도 △3월 1조8333억원 △4월 1조5148억원 △5월 1조3357억원 등 이사철이 끝났음에도 전세자금 대출 증가세는 지속됐다.

최근 전세자금 대출이 급증한 건 이사철 등 계절적인 영향도 있지만 정부가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 대출을 조이면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진 개인들이 대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전세자금 대출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도입된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은 1년간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주담대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할부금 등 모든 대출을 포함하는데 DSR이 150~200%을 넘으면 은행 대출이 거절된다. 다만 DSR 산정에서 전세자금 대출은 원금은 빼고 이자만 반영된다.



은행들도 최근 모바일 비대면 상품을 출시해 편의성을 높이고 우대금리를 주는 등 전세자금 대출을 적극 유치했다. 농협은행의 모바일 전세대출은 전세자금에 더해 생활자금 용도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요건을 완화했다. 이에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개인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자금 대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어 전세자금 대출 부실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전주 대비 0.05% 하락했다. 12주 연속 떨어졌고 하락폭도 전주(0.03%)보다 커졌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강남 주요 단지에서조차 재계약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 역전세난 문제가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매 등에 들어가면 다른 여신으로 부실이 전이되는 등 은행 및 금융시장에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발생해도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대부분 보증보험을 끼고 해주는데다 애초에 임차인들이 대출이 많은 집에는 전세로 들어가지 않는 등 전세자금 대출이 떼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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