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유령주 사태 이후 당국이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지 일주일이 채 안 돼 또다시 무차입 공매도 의심사례가 발생했다. "현행 시스템상 무차입 공매도는 불가능하다"는 당국 주장이 무색해졌다.
10일 증권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 소재 계열사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위탁받아 처리한 주문은 300여 종목, 수 백억원 어치다.
당국은 골드만삭스가 낸 300여 종목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공매도 경위와 전체 규모, 무차입 공매도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다수 종목에 대한 매매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종목에서 결제가 이행되지 않았다"며 "전체 주문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장 감시기능의 구멍이 재차 확인됐다. 현장에서 업무 편의를 위해 공매도 규정을 어겨도 결제일까지 주식 대차 및 결제만 이행하면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점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현행 무차입 공매도 감시규정은 거래일 당일 오후 1시까지 대차주식 입고 여부를 확인,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공매도를 위해선 기관이나 개인으로부터 공매도할 주식을 빌려야 한다. 주문을 중개하는 증권사는 빌린 주식 입고 여부를 매일 오후 1시까지 보고하고 시장감시위원회는 미보고 증권사에 대해 제재에 착수한다. 하지만 장중에 이 같은 업무를 처리하기 어려워 증권사는 통상 공매도 전날 주식 대차 업무를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증시 변동성이 커질 때나 한꺼번에 대량 주문이 들어올 때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다. 딜러끼리 구두 혹은 메신저 대화만으로 주식 대차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고 계좌에 전산상으로 주식을 '가입고' 한다.
바꿔말하면 시장감시위원회 보고시간까지만 주식 대차업무를 마무리하면 공매도 주문을 먼저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결제 미이행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당국은 주식 대차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무차입 공매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증권업계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