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벤저스' 그 후 3개월 "베이징 메달 향해 다시"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8.06.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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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평창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출전한 차재관 선수 "다시 한번 가슴에 태극기를"

11일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차재관 선수/사진=진달래 기자11일 의정부 컬링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차재관 선수/사진=진달래 기자


10살 남짓한 3남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아빠의 직업을 정확히 알게 됐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얼음판에서 스톤을 던지는 아빠의 모습에 관중들이 환호했다. 3남매에게 자랑거리를 만들어 준 그 아빠는 바로 휠체어컬링 차재관 선수(46·서울시청)다.

"아이들이 (보통의 친구 아빠들보다는) 느지막이 밖에 나가는 아빠가 하는 일을 잘 몰랐어요. 경기장에서 보더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차재관 선수는 선수 다섯 명의 성이 모두 달라 '오벤저스'로 불리며 인기를 얻은 휠체어컬링 대표팀에서 세컨드를 맡았다. 1위로 예선을 통과했지만 아쉽게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배했던 기억이 차 선수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화장실에 가다가도 문득 실수했던 샷이 떠오르면 '내가 왜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노르웨이전에서 실수했던 샷이 아쉬웠고 경기 후 지난 3개월은 힘들었어요. 더 잘 할걸 하는 마음에. 좋았던 순간보다는 잘못했던 순간들이 깊게 남아있어요."



그럼에도 평창 패럴림픽 이후 차 선수와 오벤저스는 다시 뛰고 있다. 내년 3월에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갈 국가대표 선발전이 한창이다. 4월과 6월, 7월까지 총 세 경기를 치르고 승점으로 대표팀을 선발하는데 현재 2경기까지는 오벤저스팀이 선두에 올랐다.

다시 딛고 일어선 힘은 패럴림픽 당시 받았던 큰 응원과 선수단의 팀워크였다. 차 선수는 어렵고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서로 챙겨주면서 이제는 서로 잘 맞다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경기 후 약 4~5일 휴식을 가진 뒤에는 남양주 별내 집에서 의정부와 이천에 있는 컬링경기장을 오가며 매일 훈련 중이다. 서울시청 소속으로 뛰는 차 선수와 동료들은 상황이 그나마 좋은 편이지만 여전히 컬링경기장 등 인프라는 부족하다. 지난달 의정부 경기장이 문을 열기 전에는 이천에서 많은 선수들이 연습해야 했다.


열악한 환경에도 포기하지 않고 휠체어컬링을 하는 것은 3남매 때문이다. 차 선수는 "올림픽 경기를 본 후 아이들이 제가 점수를 낸 순간을 기억하고 제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좋아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2002년 사고로 척추골절장애 판정을 받은 후 차 선수는 직업을 다시는 갖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재활운동으로 조금씩 복지관에서 시작했던 운동 끝에 우연히 만난 휠체어컬링은 그의 생각을 바꿨다.

"복지관 관계자의 권유로 2006년 컬링을 시작했어요. 취미처럼 하다 보니 국가대표라는 꿈까지 갖게 됐습니다. 평창 패럴림픽에 한번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후로 지금의 백종철 감독(평창 패럴림픽 당시 대표팀 감독이자 서울시청 감독)을 보고 2014년 팀에 합류하게 됐죠."

평창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차 선수는 다음 목표가 뚜렷하다. 2022년 베이징동계패럴림픽 메달이다.

"평창 메달만 보고 달려왔는데 아쉽지만 놓쳤죠. 국민 여러분이 응원을 정말 많이 해주셨는데. (저의) 부족했던 점이 마음에 남아있어요. 베이징에서는 꼭 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그 전에 우선 내년 스코틀랜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서 결승전까지 가서 꼭 국민들의 응원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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