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아들 아닌 며느리한테 전화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자아 기자, 이상봉 기자 2018.06.0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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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물어봐드립니다]⑤ 시어머니 전화가 불편한 며느리… "어머니, 전화 왜 하셨어요?"

편집자주 당사자에게 직접 묻기 곤란했던 질문들… 독자들의 고민 해결을 위해 기자가 대신 물어봐드립니다.



#결혼 9년차,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시어머니 전화 때문에 미치겠어요. 전화 벨 울리는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벌렁 터질 것 같아요. 몇 년 전 시어머니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아요. 심리치료 선생님은 약물치료를 권하더라고요.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요.

#산후조리원 퇴원한 지 2주 정도 됐는데 시어머니가 하루에 한 번씩 전화하세요.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아이 궁금하시대요. 안그래도 수유 때문에 예민한데, 휴대폰에 '시엄마'라는 글자 뜨면 미칠 것 같아요. 특별한 일 말고는 카카오톡(카톡)으로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전화 안 받으면 왜 전화 안 받냐고 카톡도 보내십니다.



/사진=이상봉 기자/사진=이상봉 기자


최근 고부관계를 다룬 미디어 콘텐츠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고 있다. MBC 교양 파일럿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영화 'B급며느리', 웹툰 '며느라기'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가부장적 고부관계를 탈피하고자 하는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도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힘들어하는 며느리들이 많다. 기혼 여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어머니의 잦은 전화 통화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시어머니들은 왜 며느리에게 전화할까. 며느리를 대신해 시어머니 세 명에게 이유를 들어봤다.

Q. 며느리한테 전화 자주 하시나요?

K모씨(2년차 시어머니):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해요. 아들한테는 잘 안 하고 며느리랑 곧바로 연락하는 편입니다.

L모씨(4년차 시어머니): 며느리랑 전화 통화 자주해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많을 땐 두 번정도 하고 있어요.


J모씨(3년차 시어머니): 며느리랑 전화 거의 안 해요. 제 성격인지 몰라도 굳이 전화를 해야겠단 생각은 안 하고, 필요한 건 문자나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게 편하더라고요.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Q. 며느리한테 전화하는 이유가 있나요?

K모씨(2년차 시어머니): 일상적인 안부를 묻는 편이에요. 아들보다 며느리랑 말이 잘 통하고 더 편해요.

L모씨(4년차 시어머니): 며느리가 둘인데, 아기 키우는 며느리한테 자주 전화해요. 손주 보고 싶을 때 영상통화하고, 아기 사진 찍어서 보내주면 사진 보고 또 통화하고 그러죠. 며느리랑 통화하는 게 편해요. 아무래도 며느리가 아기랑 있는 시간이 길어서 아기 얘기 나누기 좋아요. 아들은 일을 해서 바쁘니까 전화 잘 안 하는 편이에요.

J모씨(3년차 시어머니): 가끔 통화하게 되면 반찬이나 생활하는 얘기 나누고, 아기 잘 있는지도 물어봐요. 며느리도 전화를 자주하는 타입이 아니라, 할 얘기 있으면 서로 카톡으로 대화 나누는 게 더 편해요.

마음치유 전문가 박상미 교수는 "시어머니들은 자주 전화하는 게 며느리에게 친근감의 표시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며느리에게 10번 전화
하고 싶을 때 9번 참고 1번만 전화하는 게 관계 유지를 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어머니와의 전화통화를 힘들어하는 며느리들에게 '솔직한 고백'을 추천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시어머니께 '잦은 전화통화는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 "시어머니가 처음엔 섭섭해 하지만, 장기적 관계 유지를 위해 더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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