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공매도 미결제 사고…무차입 공매도 논란 재점화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전병윤 기자 2018.06.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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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금감원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검사착수…대차주식 확정없는 공매도로 디폴트 발생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가 공매도 결제이행에 실패해 금융당국이 검사에 착수했다. 골드만삭스는 공매도 전제 조건인 주식을 빌리는 '대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법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숏셀링·대차 주식 없이 거래하는 공매도)를 진행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는 '삼성증권 112조원대 유령주식 배당·유통 사태' 당시 "무차입 공매도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무차입 공매도로 확인될 경우 공매도를 둘러싼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본지 4월16일 보도 참고: 빗장 건 '무차입 공매도' 기관투자자엔 여전히 '구멍')



골드만삭스 공매도 미결제 사고…무차입 공매도 논란 재점화


금융감독원은 4일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해외 계열사인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이 낸 공매도 주문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해당 주식을 구하지 못해 결제가 제때 이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이 지난달 30일 일부 주식에 대해 주식대차가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냈는데, 결제 이행일인 지난 1일 60억원어치 주식(138만7968주)에 대한 결제에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매도한 주식은 20종목으로 코스피 3종목, 코스닥 17종목이다.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은 미결제 종목 중 19개 종목을 지난 1일에야 매수했고, 나머지 1개 종목은 이날 차입해서 결제를 마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날 검사인력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 투입했다. 오는 15일까지 8영업일 동안 검사를 진행하며 팀장 1명 등 검사인력 4명을 투입한다. 금감원은 골드만삭스가 제대로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진행했는지와 공매도 목적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금감원은 골드만삭스의 결제 미이행 과정에서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그동안 외국계 증권사의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은 잡히지 않았다.


현행 규정상 공매도를 하기 위해선 미리 기관이나 개인으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한국거래소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일부 중개인(딜러)끼리 구두 약속만하고 주식대차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사이에선 편의상 주식을 빌려주기로 한 구두 약속만으로도 실제 대차한 것처럼 계좌에 주식을 입고하는 게 가능하다"며 "실제로 예탁결제원을 거쳐 주식 대차가 이뤄지기 전에 있지도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무차입공매도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빠른 매매를 위해 예탁결제원의 시스템을 거치기 전 기관투자자 사이 '신용'을 토대로 이러한 거래를 관행적으로 실시했다는 것이다. 아주 드물게 공매도 이후 주식을 빌려주기로 한 쪽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결국 무차입 공매도가 되고, 결제미이행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번 골드만삭스 결제 미이행도 이런 구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 기관투자자의 모든 주문 정보와 계좌 내역이 수탁사를 통해 관리되고 증권사는 단순 거래만 체결시켜주고 있는 현행 시스템도 문제다. 이 때문에 증권사가 주식 매도 주문을 처리할 때 기관투자자의 계좌에 해당 주식의 보유 유무를 확인할 수 없어 기관투자자가 의도할 경우 무차입 공매도를 통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삼성증권 유령주 유통사고 당시 결과적으로 '없는 주식을 거래'하면서 무차입 공매도 논란을 키웠다. 공매도 폐지여론에 당국은 "무차입공매도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키우는 개선안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금융당국의 공매도 개선안이 나온 지 1주일이 채 안돼 이번 사고가 발생하며 공매도 폐지 여론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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