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다섯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전주 대비 14.9원 상승한 1605.0원을 기록했다. 이는 휘발윳값이 6주 연속 상승하며 3년 5개월여 만에 1ℓ당 평균 1,600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날 서울의 한 주유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원유를 가공해 이문을 남기는 정유·화학산업은 저유가 시대를 맞아 한동안 '슈퍼사이클'이란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70달러대 벽을 뚫은 유가는 100달러 경고등을 울리며, 정유·화학은 물론 조선·항공·해운 연관 산업 전반에 변화의 신호를 알리고 있다.
1965년부터 6차례 겪었던 유가 변곡점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유가 비용의 비중이 5%에 육박할 때 도래했다. 이 시점에 세계 경기는 급격히 위축됐고 수요 감소로 유가는 다시 대세 하락으로 돌아섰다.
유가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올라탄 것으로도 보인다. 유가가 115달러에 육박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글로벌 유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만만찮다.
일단 중동정세가 불안하다. 이란의 핵개발 의혹으로 인한 핵확산 방지 협정 탈퇴 이슈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한동안 러시아와 베네주엘라 등 자신들의 이해와 맞지 않는 대형 산유국을 견제하기 위해 저유가를 용인해왔지만 이제 '해피아워'는 끝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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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주엘라 등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미국을 움직일 경계의 원인도 사라지고 있다. 미국의 민관이 합동해 개발하는 셰일은 지금까지 사우디 원유의 가격을 제동할 브레이커 역할을 했는데 중동산이나 텍사스산 원유 가격에 연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년 6개월간 50달러 상승…완만한 상승세는 그나마 위안=주목할 점은 유가의 오름세다. 3년래 저점이던 약 25달러부터 현재 75달러 수준까지 50달러 가량 오르는데 2년 6개월이 걸렸다.
앞선 대세 상승 시기 변동 속도와 비교하면 지난 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미국발 금융위기가 진행된 2007~2009년 불과 2년간 유가는 90달러 급등과 100달러 급락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후 경기회복으로 40달러였던 유가가 다시 2011년 115달러로 약 80달러 올라서기까지는 2년 6개월이 걸렸다.
금융위기 당시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급 등 두가지 요인에 의해 출렁였다. 유가 상승이 국가 수입으로 직결되는 중동 산유국들은 상승기를 만나면 증산을 최소화해 급등을 방관하고 즐겼다.
때문에 유가 100달러 시대가 온다 해도 그건 1~2년 뒤의 일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 등 OPEC 주도 감산에 참여하는 산유국들도 마냥 유가 상승을 바라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셰일가스 생산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년간 호황 즐긴 석화 업계에 악영향 현실화=70달러선에 도달한 현재 유가는 정유·화학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유가상승으로 2년간 호황을 누린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화학사들과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은 올해 1분기 일제히 실적이 급감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물가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값에 곧바로 연동하고 있다. 1300원대 휘발유 가격이 어느새 1600원대를 돌파했다. 기름값이 오르면 체감물가가 급등한다. 운송료의 상승은 다른 서민물가를 높일 촉매다.
2000원대 휘발유 가격시대의 충격은 사회 문제로 전이된다. 생계를 위해 차량을 운행하는 화물 운송업자들과 자영업자들은 물론이고 석유제품을 원료로 하는 영세사업자들의 부도가 속출했던 기억이 있다.
물가급등을 방관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기치로 내건 일자리 개혁과 노동자 임금인상, 그로 인한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급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체감 물가를 잡을 대책이 필요하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유가는 경제 내부에서 조정될 수 없기에 하나의 주어진 상황으로 간주하고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경제 구조로 이용 효율을 높여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