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코스닥벤처펀드, 관치펀드로 전락할 수 있어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김명룡 기자 2018.06.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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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흔드는 벤처펀드]②코스닥 육성위해 출범한 벤처펀드…녹색펀드·통일펀드 답습 가능성

편집자주 모주 우선배정 특혜를 노린 수조원대 자금이 코스닥벤처펀드에 몰려들었지만 운용사들은 운용에 갈피를 못잡고 있다. 공모주식이나 메자닌(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혜택을 준다는 강제규정이 말썽이다.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은데 의무적으로 투자해야하니 부작용이 일어난다. 게다가 코스닥 벤처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쥐어준 당근이 다른 운용사나 투자자에겐 역차별로 작용한다. 인위적인 시장개입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면 이제라도 해법을 찾아야한다.

코스닥벤처펀드에 부여한 과도한 '당근'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시장의 이상신호를 살피지 못하면 과거 '녹색성장펀드'나 '통일펀드'처럼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사라진 관치펀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벤처펀드 '관치펀드' 전철 밟나= 이명박정부 시절 녹색산업 육성을 목표로 소득공제, 배당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주는 녹색성장펀드가 출범했다. 하지만 18개 녹색성장펀드 중 현재 남아 있는 펀드는 단 2개에 불과하다.



박근혜정부의 통일펀드도 5개 중 4개가 자투리펀드로 전락해 청산 과정을 밟았다. 펀드의 주목적 투자 대상이 불분명한데다 운용철학을 공감하지 못한 단기성 자금이 들락날락하며 실패로 이어졌다. 정부가 시장 수요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정책 달성의 수단으로서만 접근한 결과다.

지난 4월 출범한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 정책 지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코스닥 공모주 시장에서 30%나 우선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특혜'가 시장 왜곡을 초래해 정책 달성을 훼방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거꾸로 한계에 몰린 기업이 코스닥벤처펀드로 쏠린 수조원의 과잉 유동성 덕분에 '좀비 기업'으로 연명하면서 우량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거나 투자자 수익률을 떨어뜨려 코스닥 시장의 모험 자본 공급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펀드가 코스닥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을 다변화한 순기능이 있다"면서도 "과도하게 발생된 CB(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이 일시에 집중될 경우 주주 권라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MT리포트]코스닥벤처펀드, 관치펀드로 전락할 수 있어


◇운용사 "투자할 곳 없다 호소"…제로금리 CB 사재기= 펀드 자산의 15% 이상은 벤처기업의 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포함한 신주, 35% 이상은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인 코스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혁신기업은 펀드를 통해 모험자본을 유치하고, 투자자는 소액으로도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그런데 펀드로 돈은 계속 들어오는데 투자할 곳이 없다보니 공모가 산정과 CB(전환사채)·BW(교환사채) 발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리 없다. 공모가는 폭등하고 CB 발행 조건은 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산운용사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형 운용사의 경우 펀드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메자닌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는게 부담이다. 공모 신주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더 큰 돈을 베팅할 수 있는 대형 운용사가 유리하다. 게다가 메자닌 투자를 하려면 전담조직이 필요한데 이 조직을 갖추지 못한 영세한 곳이 많다. 무턱대고 펀드를 설정해 자금을 모아 투자를 시작한 운용사도 있다.

그런데도 일부 운용사는 발행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른바 '배짱 CB'를 사기도 한다.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받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사실상 CB 수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이례적인 투자지만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받기 위해 '제로(0)' 금리 CB까지 사재기하듯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5월29일 기준 10개 대표 코스닥 벤처펀드의 1개월 평균수익률은 마이너스(-)0.2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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