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4세 꼬마부터 80세 할머니까지…"나도 유튜버 해봐?"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8.05.31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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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튜브' 뒤에 '갓튜버']②먹방·뷰티·게임·일상 등 무궁무진한 콘텐츠…전문가 "개인 정체성 형성에 긍정적"

편집자주 스마트폰이 개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사회. 1등 공신은 유튜브(Youtube)다. 어느새 TV는 물론 어떤 포털사이트나 메신저, 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플랫폼으로 등극했다. 인간의 온갖 관심사가 총망라돼 ‘갓튜브’(God+유튜브 합성어)로도 불린다. 힘의 원천은 영상을 만드는 ‘유투버’들이다. 인기 연예인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들은 누구이며, 왜 사람들은 유튜버에 열광하는지 들여다 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유튜버 봇노잼, 신서은양, 뽀모, 박막례씨.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왼쪽부터 시계방향)유튜버 봇노잼, 신서은양, 뽀모, 박막례씨.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어두운 방 안 스탠드 조명 아래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시작한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빗소리, 장작 타는 소리 등 집중력을 높여주는 백색 소음뿐이다. 이 남자가 홀로 공부하는 6~7시간은 수십만 유튜브 구독자에게 실시간 공유된다.

유튜버(Youtuber·유튜브 영상 제작자) 봇노잼은 '같이 공부해요'라는 제목으로 공부만 하는 영상을 올려 구독자 28만명을 모았다. 가장 인기 있는 공부 영상 조회 수는 46만에 달한다. 시청자들은 영상을 틀어놓고 같이 공부하거나 채팅창에 '유튜브(Youtube) 영상 때문에 공부를 시작하게 될 줄은 교수님도 모르셨겠지", "억지로 하던 공부, 20년 만에 드디어 흥미를 찾았습니다" 등 글을 남긴다.



◇모든 일상이 소재…"독자적 콘텐츠로 승부"

최근 유튜브에는 봇노잼처럼 공부, 연애, 가족관계, 애완동물 등 일상 공유 콘텐츠가 많은 독자층의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구독자 10만명이 넘는 채널만 1275개에 달하는 등 치열한 유튜버 시장에서 틈새를 공략한 새로운 흐름이다.



춤, 노래 등 유튜버의 특기를 살린 전통적 인기 콘텐츠도 여전히 강세다. 국내 유튜버 중 가장 인기 있는 채널 '원 밀리언 댄스 스튜디오'(기업형 유튜버)는 댄스 학원에서 진행되는 창작 안무 영상, 댄스 연습 영상 등을 올려 3년 만에 구독자 950만명(이하 30일 오전 9시 기준)을 모았다.

생활 속 정보를 알려주는 '~하는 법'(How to, 하우 투) 콘텐츠도 인기다. 뷰티·요리·운동 채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유튜브 평가인증매체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위 250개 유튜버 채널 중 가수·엔터테인먼트·방송(137개)을 제외하면 'How to'(26개) 분야가 가장 많다.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는 오직 조리해서 먹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실시간 방송일 경우 독자들과 채팅방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특이한 음식 리뷰, 음식 먹는 소리를 강조한 ASMR(자율감각 쾌락 반응, 소리를 강조한 영상 콘텐츠) 먹방 등 사전제작 콘텐츠도 인기가 많다.


게임 실력이나 입담을 살린 게임 유튜버도 많다. 국내 100대 유튜버 채널 중 개인 유튜버(8명)가 가장 많은 분야다. 게임 유튜버는 페이커, 프레이 등 프로게이머도 있지만 대도서관, 악어, 도티, 잠뜰 등 예능요소를 강조해 게임 중계를 하는 유튜버들도 강세다.

구독자 139만명, 전체 영상 조회 수 9억2800만뷰에 달하는 게임 유튜버 잠뜰(본명 박슬기·23)은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영상 1000여개를 만들어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독자들이 어떤 콘텐츠에 더 반응하는지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려 노력하다 보니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4세부터 80세까지…누구나 될 수 있다

다양한 콘텐츠만큼 유튜버 연령도 광범위하다. 164만 구독자를 보유한 국내 최연소 유튜버 서은이야기의 신서은양(4)은 21개월 때부터 유튜브에 등장했다. 애정결핍 현상을 보인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부모가 영상을 찍어 올린 것이 시작이다. 지금은 장난감이나 어린이 체험 공간 후기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만든다.

할머니 유튜버도 있다. 평생 식당을 운영하던 박막례씨(71)는 구독자 43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스타다. 손녀가 할머니의 치매 예방을 위해 영상을 찍어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새로운 경험 도전기, 미용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최고령 유튜버인 김영원씨(80)도 '영원씨TV' 채널(구독자 15만명)을 운영 중이다. 김씨의 주요 콘텐츠는 먹방이다. 손녀가 할머니와 추억을 쌓으려고 채널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유튜버의 증가가 자기표현 시대의 긍정적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황인성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자신을 드러내고 정보를 발표하는 일이 어려웠지만 유튜브의 등장 이후 수월해졌다"며 "유튜버 활동은 개인이 스스로 표현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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