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가상통화 시장에서 사라진 정부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8.05.28 16:14
글자크기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가상통화는 올초까지만 해도 정부가 공동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해야 할 국가적 사안이었다. 고공행진을 벌이던 대통령의 지지율도 끌어내릴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하지만 가상통화는 시나브로 대중들의 관심에서 많이 멀어졌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가격 급등세가 진정된 이후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가상통화 시장에서 정부가 '실종'됐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2월 중순 가상통화에 대한 청와대 청원에 답변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홍 실장은 당시 "가상통화의 각종 불법행위나 불투명성은 막고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육성하겠다. 가상통화 과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3개월여 지난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추가 대책은 없다.

가격 폭등세는 멈췄지만 그렇다고 가상통화 시장이 안녕한 것은 아니다. 시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빗썸이 지난 2월 해킹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았고 코인네스트 대표는 지난 4월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11일에는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인 업비트가 유령코인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빗썸은 정체가 불분명한 코인을 상장시키려다 논란을 빚었고 투자자들 사이엔 코인 상장과 거래소간 '검은 거래'에 대한 의심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빗썸과 업비트는 정부 정책인 '가상통화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는 4개 거래사이트 중 가장 규모가 큰 곳들이다. '가상통화 실명제'는 현재 투자자들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들을 고르는데 참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준이다. 실명제가 도입된 거래사이트는 은행이 검증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 거래사이트마저 이런 상황이니 '실명제'도 믿을 수 없게 됐다.

ICO(가상통화공개) 시장은 거의 방치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시켰다. 하지만 말이 금지이지 현재로선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발행하면 그만이다. 해외 기업들은 국내에 들어와 버젓이 ICO를 위한 투자설명회를 연다. 'ICO 중 20%는 사기'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고 정부도 사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김진형 금융부김진형 금융부


하지만 정부는 가상통화 시장에 대해 '아직은 지켜보자'는 입장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한때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가상통화 법안을 앞다퉈 내놓던 국회도 관심이 예전같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TF는 여전히 가동 중이고 연구와 검토를 계속하고 있지만 한때 가상통화 광풍을 잡기 위해 비판과 논란을 무릅쓰던 과감한 모습은 사라졌다. 정부가 가상통화 가격의 소강상태에 안주하는 사이 시장의 혼란은 서서히 커지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