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이시 "양극화, 성장 저해…분수효과 역사적으로 입증"

머니투데이 박경담 기자, 권혜민 기자 2018.05.25 13:55
글자크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경제인문사회연구회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 국제컨퍼런스 공동 개최…이정우 경북대 교수 "저성장·양극화 해소 위해 '한국형 뉴딜' 필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공동주최한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 국제컨퍼런스에서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로버트 라이시 미국 UC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 이정우 경북대학교 교수가 대담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개발연구원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공동주최한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 국제컨퍼런스에서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로버트 라이시 미국 UC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 이정우 경북대학교 교수가 대담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개발연구원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라이시 미국 UC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가 한국을 찾아 "양극화는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며 "경제적 성장의 혜택을 고루 나누고 기회는 더 공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저성장, 양극화 해법으로 '한국형 뉴딜'을 제안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 국제컨퍼런스를 공동 주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경제·사회 구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미국 클린턴정부 노동부장관, 오바마정부 경제자문위원을 지낸 라이시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경제적 양극화가 국가의 경제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극화가 청년실업률 증가, 구매력 저하, 사회적 냉소주의 등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그는 "경제 성장은 구성원 간 신뢰·협동에 근거해야 도모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제도 정치, 사회에 대한 신뢰가 깨진다"고 말했다.

라이시 교수는 성장에 따른 결과를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 부 경제학자는 공평과 경제 발전이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반대의 경우가 더 많았다"며" 성장이 장기간 지속된 사례를 보면 성장 혜택이 고루 배분되면서 총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라이시 교수는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위축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율주행차 도입으로 미국 내 운수업 종사자 40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직장을 잃은 사람은 낮은 임금의 일자리로 몰릴 텐데 정부, 사회가 최저소득을 보장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이시 교수는 기조연설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저소득층과 비교해 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에 부가 편중될수록 경제활동을 촉진할 가능성은 줄어든다"며 "불평등이 확산될수록 젊은 층의 기회를 박탈하는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과 소비 증대 정책에 대해선 "한국을 포함해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가 수요 부족이고 소득주도성장도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한다"며 "가계 소득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미국에서 시행 중인 소득세 감면 같은 세제 혜택이 있다"고 말했다.

라이시 교수는 미국 사례를 들면서 낙수효과 대신 분수효과가 효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 증가→경제 성장 촉진이라는 낙수효과는 레이건·부시 정부에서 수차례 시도됐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며 "반면 밑에서 위로 간다는 분수효과는 루즈벨트정부부터 클린턴정부까지 (민주당정부에서) 그 효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라이시 교수와 함께 기조연설을 한 이 교수는 양극화 해소,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한국형 뉴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이 1930년대 실시한 뉴딜정책이 4%대 경제성장, 소득 불평등 완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한국의 경제 패러다임은 성장 지상주의, 시장 만능주의가 지배해왔다"며 "두 개의 패러다임이 저성장, 양극화의 근본원인인데 경제민주화, 복지국가를 바탕으로 한 한국형 뉴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1920년대 불평등이 크게 증가했는데 부자감세, 작은 정부, 규제완화 같은 정책을 폈다"며 "1930년대 공공사업 확대, 복지의 제도화를 골자로 한 뉴딜정책을 실시하면서 4%대 경제성장, 소득 불평등 완화 등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경제 상황은 1920년대 미국과 비슷하다"며 "증세를 통해 복지지출 수준을 높이고 노동자와 기업 간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복지국가 달성을 위해선 문재인정부가 실시한 연 5조5000억원의 증세보다 5~10배 더 많은 세금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