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회담 취소 배경은…北 공세에 美 강경파 힘실린 듯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8.05.25 01:26
글자크기

[the300]전문가 "북미간 접점 못찾아 美 회의감 커져"…트럼프 갑작스러운 결정에 의구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낸 편지를 통해 예정된 역사적 회담은 “적절치 않다(inappropriate)”라면서 이를 취소한다고 통보한 가운데 외신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취소를 속보로 전하고 있다. (사진=CNN 캡쳐)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낸 편지를 통해 예정된 역사적 회담은 “적절치 않다(inappropriate)”라면서 이를 취소한다고 통보한 가운데 외신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취소를 속보로 전하고 있다. (사진=CNN 캡쳐)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강경파 인사를 향한 북한의 비난을 표면적 이유로 댔으나 북미 간 신뢰 저하로 비핵화 해법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전 백악관을 통해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 서한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지금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6월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회담을 무척 고대해왔다"면서도 "최근 북한이 보인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을 고려할 때 이번 만남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분노와 적대감'은 최근 북한 외교 관계자들의 잇단 성명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6일 담화를 통해 리비아식 핵폐기를 주장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을 비판하고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이날 담화를 통해 펜스 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리비아 모델'을 말한 것을 문제삼으며 "미국 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리비아 모델'이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고 나중에 대가를 보상하는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말한다.



특히 최 부상은 선의를 모독할 경우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강수'를 뒀다. 김정은 위원장 명의가 아닌 최선희 개인 명의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특정 당국자 개인(펜스 부통령)을 겨냥해 비판했단 점에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읽히기도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격 취소로 맞대응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간 계속 접점을 못 찾고 있었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 내 분위기가 회의적이었단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나오지 않고 중국을 등에 업고 점차 판을 주도하려 하자 미국 내 여론지도층에서 트럼프에게 힘든 게임이다, 지금이라도 발을 빼라는 설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미국 내부에서 논의 끝에 결론을 내린 것 같다"며 "북한의 최근 도발적인 언사가 트럼프로 하여금 미국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창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간 접촉을 늘려 북한의 진정성을 미국이 확인하길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의 대미 강경 발언을 감안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방송된 폭스뉴스채널 인터뷰에서 "우리는 즉각적인 비핵화를 원하지만, 알다시피 물리적으로 단계적 방식(phased-in)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빠른 속도의 단계적 방식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그간 요구해온 단계적 방식의 필요성을 처음 인정한 것으로, 북미간 비핵화 해법이 절충되는 신호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그것(북미정상회담)이 6월 12일에 열리지 않을 수 있다. 만일 그것이 열리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후에 열릴 것"이라며 처음으로 북미회담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곧바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은 같은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북미정상회담은 여전히 6월12일로 예정돼 있다"고 수습했다.

더욱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첫 조치로 평가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를 이날 예정대로 폭파 방식으로 진행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진행한 점에서 다소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면 연락하라"고 언급, 향후 북미회담의 개최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도 있지만 당분간 북미간 대치로 한반도는 또 다시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미간 적대감을 해소하고 평화정착으로 가기 위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인데 고도의 적대감 때문에 회담 개최가 부적절하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으로서는 펜스 등 개인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분리했고 큰틀에서 판을 깨지 않겠단 메시지를 보냈다"며 "국제사회와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미래핵으로 볼 수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도 했는데 미국이 북미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대해 국제사회가 박수를 보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