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바이오 기업, 기술성평가 없이 상장 길 열렸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김도윤 기자 2018.05.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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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이익미실현 상장' 바이오도 해당" 증권사에 통보…투자자 보호 미흡 우려도

[단독]바이오 기업, 기술성평가 없이 상장 길 열렸다


바이오 기업이 기술성평가를 거쳐야 하는 특례상장이 아니라 이익미실현(적자) 상장 요건, 일명 테슬라 요건을 통해서도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이익미실현 요건 상장 대상에 바이오 기업도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최근 각 증권사에 통보했다.



지금까지 실적요건을 갖추지 못한 바이오 기업은 기술특례를 통해서만 상장할수 있었는데 이익미실현 요건 상장도 새로운 옵션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술특례 상장이 두 차례 무산된 바이오기업 툴젠 등이 이익미실현 요건으로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도입된 이익미실현 상장 요건은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사례를 참고해 기술 혁신 기업에 상장 문호를 개방한 제도다. 지난 2월 코스닥에 상장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카페24 (15,080원 ▼70 -0.46%)가 이를 통해 상장했다.

이익미실현 요건에 업종 제한은 없었지만 그동안 이익이 없는 바이오 기업은 코스닥 상장 때 기술성평가를 모두 거쳤다. 바이오 기업의 기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IPO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IPO 시장에선 IT(정보통신) 관련 기업만 이익미실현 요건을 통한 상장 후보로 거론됐다.

바이오 기업에게도 이익미실현 요건을 통한 코스닥 상장의 길이 열린 배경이 기술성평가의 영향 때문이란 일부 의견도 있다. 거래소가 무작위로 지정한 평가회사에서 각 기업의 바이오 기술에 대한 정확하고 합리적인 분석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또 코넥스를 비롯한 제3시장에서 수천억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 기술성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상장이 좌절될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영향을 미쳤다.

바이오 기업의 이익미실현 요건을 통한 코스닥 상장의 성공 사례가 등장할 경우 그동안 기술특례 상장에 실패한 일부 바이오 기업의 상장 전략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브릿지바이오, 카이노스메드, 바이오인프라 등이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다. 한 증권사 IB담당자는 "평가기관에 따라 등급차이가 커 기술평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해외에서 진행되는 임상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미실현 상장의 문호가 바이오 기업에게도 열린다면 새로운 선택지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바이오 기업도 이익미실현 요건을 통해 상장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특례 대상은 국내 중소기업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바이오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술평가를 마치고 테슬라 상장을 통해 국내 증시에 상장될 기회가 생긴 것"이라며 "이들이 이익미실현 요건 상장을 신청하면 거래소가 외부기관을 통해 기술을 평가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익미실현 요건을 통한 바이오 기업 상장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란 우려도 있다. 기술성평가를 거치지 않을 경우 발행회사와 주관사, 거래소 심사역이 평가 주체가 되는데, 특히 거래소에서 바이오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가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바이오 기업의 기술을 평가하기 어렵다면 외부기관을 통한 평가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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