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육개장, 원래는 보신탕이었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8.05.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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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Law&Life-'개고기' 딜레마 ②] 개장국에 쇠고기 넣으면서 육개장으로…일제강점기 거치며 '보신탕'으로 불려

/사진=뉴스1/사진=뉴스1


개고기는 조선시대에도 보양식으로 사랑받았다. 허준이 저술한 동의보감에서 개고기는 '오장을 안정되게 하고 혈맥을 돕는다. 장과 위를 두텁게 하고 허리와 무릎을 데워준다. 누렁개의 고기가 좋다'고 돼 있다.

조선 후기의 문인인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도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구장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죽순과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 시절음식으로 먹는다. 이렇게 먹고 나서 땀을 흘리면 더위를 물리치고 허한 기운을 보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다산 정약용도 개고기 마니아였다. 형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를 가자 "섬 안에 들개가 1000마리도 넘을 텐데 저라면 5일에 한 마리씩 삶아먹겠다"며 개고기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반면 개고기 먹는 문화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도 있었다. 조선 영조 때 문신이자 경상도에서 암행어사로 이름을 떨쳤던 이종성은 개장은 사람이 먹을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유원의 문집 '임하필기'를 보면 "장단 상공 이종성은 남의 집 잔치에 참석햇다가 개장을 보고서 먹지 않고 돌아와선 '손님에게 대접하는 음식이 아니다'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2001년 우리나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고기 먹는 사람은 결코 존중해줄 수 없다"고 공개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모든 외국인이 이런 시선으로 개고기를 바라본 건 아니다. 선교활동을 위해 조선을 찾았던 프랑스 출신 선교사 클로드 샤를 달레는 '조선교회사'에서 "양고기 대신 개고기가 있는데 선교사들은 그 맛이 조금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우리가 즐겨먹는 육개장은 사실 개고기를 넣은 개장국에서 유래했다. 개고기를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개장국에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어 육개장이라고 부른 것이다.

개장국이 보신탕으로 불린 건 일제강점기부터다.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우리보다 빠르게 근대화됐던 일본 관료들에게 개고기 문화는 탐탁지 않은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개장국이라는 '노골적인' 이름은 점점 사라지고 보신탕이란 이름이 자리잡았다고 한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개고기는 뒷골목으로 밀려났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등 각종 국제행사를 앞두고 군사정부는 외국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업소를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개고기 산업을 압박했다. 서울시는 1984년 고시를 통해 보신탕 영업을 제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통음식을 억압한다는 반론이 거세지면서 결국 고시는 사문화됐다. 지금은 관련 위생법을 어기지 않는 한 개고기 영업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개고기를 둘러싼 찬반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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