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분기말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규모는 1468조원으로 집계됐다. 전기대비 17조2000억원(1.2%), 전년동기대비 108조9000억원(8.0%) 각각 늘어난 것이다. 분기 중 증가액은 지난해 4분기(31조6000억원)보다 크게 줄었고, 지난해 1분기(16조6000억원)보다는 소폭 늘었다.
1~3월 중 금융기관 가계대출이 16조9000억원, 신용카드·렌탈 등 판매신용이 3000억원 증가했다. 증가액이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가계대출은 11조9000억원, 판매신용은 2조5000억원 축소됐다.
한은은 은행 가계대출이 전분기대비 줄어든 것을 두고 정부의 잇따른 가계부채 관련 대책이 효과를 보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기타대출의 경우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7배 넘게 확대됐다. 올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1분기 주택거래량이 활발했기 때문이라게 한은 설명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었고, 이사비용 등 주택 관련 부대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기타대출도 늘었다는 얘기다.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2016년, 2017년 1분기 각각 19만9000호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23만3000호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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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은행 기타대출 잔액은 3월말 기준 역대 최초로 200조원을 기록했다. 한은은 최근 기타대출의 높은 증가세에 대해 주택거래량 증가에 따른 부대비용 수요 확대와 더불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인터넷 전문은행이 본격 출범한 효과가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1분기 인터넷 전문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액은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과 달리 신용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증가세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기본적으로 금융기관들이 고신용자 위주로 신용대출을 늘리는 등 과거보다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있고, 기타대출 증가세의 상당 부분이 주택관련 자금 수요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크게 문제되는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1분기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7000억원 증가했다. 분기 증가액은 2013년 1분기(1000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타대출이 1조3000억원 늘어난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5000억원 감소했다. 분기중 비은행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한 것은 2015년 1분기(-4000억원)가 마지막이다. 2금융권이 리스크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하고 기타대출 증가세도 전분기보다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전년동기대비로도 모두 줄었다.
판매신용 증가액은 계절적 요인의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축소된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신전문기관의 판매신용은 연말 카드 소비 이후 상환이 이뤄지는 1분기에 규모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줄었지만 완전히 둔화됐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 보통 1분기엔 가계부채 증가액이 저조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늘어나는 계절적 패턴이 있어서다. 또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이 반영되겠지만 올해 예정된 입주 물량이 많은 만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꾸준히 시행되고 있어 통계에도 반영될 것"이라면서도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이 예년보다 많아 자금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게 또 다른 변수"라고 밝혔다.